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0)이 지난 5일 고향인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서 42번째 마을잔치를 열었다.

신 총괄회장은 3일 부산을 먼저 방문해 경남 김해 프리미엄아울렛과 부산 롯데백화점 광복점을 둘러본 뒤 4일 둔기리로 이동, 둔기리 별장 인근에 있는 부모님의 묘를 찾았다. 그는 둔기리 지인들의 집을 돌며 직접 인사를 나눌 정도로 ‘정정함’을 과시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신 총괄회장은 이날 마을잔치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별장에 머물며 친인척과 지역 인사들을 맞았다. 오후에는 박창규 롯데건설 대표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등 통상적인 토요일 일정도 소화했다.

그는 올해 공업센터 지정 50주년을 맞은 울산의 눈부신 발전상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강길부 새누리당 의원과 함께 신 총괄회장을 만나 환담한 신장열 울주군수는 “신 총괄회장이 울산시와 울주군의 인구, 소득, 산업구조, 경제수준 등에 대해 여러 가지를 꼼꼼하게 물었다”며 “현황을 설명하자 ‘내가 삼동국민학교에 다닐 때는 인구도 얼마 되지 않고 조그마한 곳이었는데…’라며 깜짝 놀라더라”고 전했다.

신 군수와 강 의원은 신 총괄회장에게 울산 KTX 역세권 개발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롯데 진출’을 제의했으나 특별한 답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둔기리에서 태어난 신 총괄회장은 1969년 대암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된 이후 전국으로 흩어진 신씨·선씨·이씨 세 가문의 가족을 초청, 매년 5월 첫째 일요일에 고향잔치를 연다. 올해는 어린이날에 맞춰 토요일로 잡았다. 이날 참가자 1700여명 중 최고령인 신동위 씨(80)는 “수몰 당시 마을에 살았던 1세대는 대부분 작고해 열 명도 채 남지 않았다”며 “마을잔치 덕에 2세, 3세가 모여 인사도 나누고 선물도 받고 매년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의 셋째 남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쓰식품 회장, 네 번째 남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 자녀인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 신동주 일본롯데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도 둔기리에 모였다. 신동임 둔기회 회장(70)은 “격호 회장님과 영자 누나(신 이사장)가 고향에 대한 애착이 많고 이 행사를 매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한편 범롯데가(家) 경영인 가운데 이날 행사장에 유일하게 모습을 드러낸 신준호 회장(71)은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최근 흘러나온 ‘건설사 인수설’에 대해 “근거 없는 얘기이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무슨 돈이 있으며 나이가 70이 넘었는데 이제 와서 대형 건설사를 인수하겠느냐”며 건설업을 확장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신 회장이 주요주주인 대선건설은 지난달 쌍용건설 매각 주관사와 비밀유지협약을 맺는 등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해 관심을 모았지만 당분간 건설사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울산=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