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2006년 이후 6년 만에 광우병(BSE)에 걸린 소가 발견됐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목장의 젖소 한 마리에서 광우병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네 번째 광우병 발병이다. 정부는 국내에 유통되는 미국산 소고기는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2008년 ‘광우병 괴담’을 떠올리며 불안해하고 있다. 야당은 즉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고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정부의 미온적 조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궁금증 네 가지를 알아보자.

[Focus] 광우병 공포 다시 살아나나…오해와 진실은?

1. 광우병 소고기 국내에 들어올까

정부는 “현재의 수입위생 조건에서는 광우병 위험이 높은 소고기는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광우병은 30개월 이상된 소에서 발병할 확률이 높은데 한국에 수입되는 미국산 소고기는 모두 30개월 미만 소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편도, 소장 끝 등 광우병 위험물질(SRM)은 모두 제거한 상태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세 차례의 광우병도 모두 6~12살의 ‘늙은 소’에서 발견됐다.

이번에 광우병에 걸린 소가 젖소라는 점에서도 위험도가 낮다는 지적이다. ‘소고기 수입위생 조건’에 따르면 미국에서 수입하는 소의 종류나 지역에는 제한이 없다. 원칙적으로는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사육된 젖소도 국내에 수입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산 젖소 고기는 수입하지 않는다. 미국 내에서도 젖소고기는 대부분 동물 사료용으로 가공되거나 비누 등 2차 가공용으로 쓰인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주로 육우(고기 생산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소) 고기를 수입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유해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젖소에서 나오는 우유나 치즈는 안전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뇌나 내장, 뼈 등 위험 부위가 아니면 변형 프리온(광우병 감염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 인체에 축적되지 않는다”며 “광우병에 걸린 젖소에서 짜낸 우유를 마셔도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고 말한다.

2. 정부, 왜 수입중단 못하나

정부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중단’ 대신 ‘검역 강화’로 방침을 정했다. 이러한 조치가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정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정확한 정보를 확보할 때까지 최종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성급하게 검역 중단 조치를 취했다가 나중에 수입을 재개할 경우 통상마찰 등 정치·사회적으로 부담을 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감안한 것이다.

농수축산연합회 측은 “광우병의 원인에 대한 확정적인 정보가 없는 상황에선 사전 예방 조치로 검역을 중단해 유통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수입을 중단하려면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 다른 나라 입장은 어떤가

일본 정부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당분간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수입규제를 강화하지 않기로 했다. 후지무라 오사무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은 20개월 이하의 미국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다”며 “이번에 발견된 광우병 소는 30개월 이상이기 때문에 수입 규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역시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관련해 특별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최근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놓고 정치적 홍역을 치른 대만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치우원다 대만 위생부장은 “대만·미국 소고기협정서에 따라 미국 측은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즉각 대만에 통보해줄 의무가 있다”며 “미국의 발표 내용을 상세히 파악한 후 대처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4. 광우병 공포 왜 계속되나


정부의 설명에도 국민들의 불안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미국산 소고기 판매가 급감했다. 광우병과 연관 없는 한우 매출도 11% 감소했다.

한국 사회에서 광우병 문제는 단순히 식탁 안전의 문제가 아니다. 2008년 광우병 사태로 식품 안전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자, 사회적 소통의 문제가 됐다. 이번에도 정부의 미흡한 대응이 공포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조사단을 미국으로 파견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광우병 발생 젖소 농장 방문 등은 일정에 없다.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에 비판적인 인사가 조사단에서 빠졌다는 점도 회의론을 부추겼다. 2008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며 신문광고를 냈던 것도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이러한 허술함을 일부 세력의 왜곡과 과장이 파고들고 있다. 혼돈의 씨앗은 SNS를 타고 퍼지고 있다.

지식인들은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국가적인 손해가 막대했던 만큼 정부는 투명하고 정확하게 사실을 알리고 시민단체들도 감정적 접근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만수 한국경제신문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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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의 역사 … 1985년 영국서 첫 발견

[Focus] 광우병 공포 다시 살아나나…오해와 진실은?
광우병은 1985년 영국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12개국에서도 발생했다. 뇌 조직이 스펀지 모양(해면상)으로 변화되면서 치매 등 신경증상을 나타낸다.

당시 영국 보건당국은 “문제는 소의 머리에 있으니 고기는 상관이 없다”고 발표했다. 영국 농림부 장관은 1990년 딸과 함께 TV에 출연, 햄버거를 먹으면 “광우병이 사람에게 옮긴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영국에서 우울증에 시달리다 치매에 걸려 사망하는 환자가 발생했다. 증상은 노인병으로 알려진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JD)과 비슷했지만, 사망자는 20~30대 청년과 농부들이었다. 이들은 광우병이 발생한 지역에서 생산된 소고기를 10년 이상 먹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영국 정부는 1996년 3월 ‘광우병이 사람에게 전염돼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을 일으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간 광우병의 잠복기는 10~40년으로 길지만 발병하면 1년 이내에 사망한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광우병은 19만 여건, 인간광우병은 207건(200명 사망)이 각각 발생했다. 이 가운데 영국에서 18만4600건의 광우병과 166건의 인간광우병이 나타났다.

그러나 동물성 사료를 금지한 뒤로 영국에서 광우병 발생 건수는 1993년 3만5000마리에서 1998년 3235마리, 2004년 343마리, 2007년 67마리로 크게 줄었다. 인간광우병 역시 1999년 29명으로 최다를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는 것이 광우병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