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및 계층 간 갈등을 치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진 요즘, 기업의 사회 통합 기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어요. 사회적 기업이 이러한 요구에 답을 줄 것으로 봅니다.”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48·사진)가 3개월 넘게 공석으로 있던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에 지난달 취임했다. 그는 사회적 기업 분야에서 연구와 실무 경험을 함께 쌓은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고용노동부 내부에서 “김 원장이 수장을 맡아줘 안심”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김 원장은 지난달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진흥원이 펴는 사회적 기업 지원정책의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인건비 등 정부의 직접지원을 줄이고 민간이 주도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책 전환 계획을 밝혔다. 사회적 기업가들이 정부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사회적 기업의 중요한 한 축인 ‘기업가 정신’이 위축된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10년 넘게 비정부단체(NGO) 활동을 해온 시민운동가 출신 학자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중소기업위원장, 노동위원장 등을 지냈다. 또 기업생태학을 연구하며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과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그는 전했다.

시민운동과 기업가 정신이 접목되면서 자연스레 사회적 기업으로 관심이 옮겨갔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기업은 ‘비영리 활동’이라는 점에서 시민운동과 닮았고, ‘수요 바탕의 서비스’라는 점에서 영리기업과도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사회적 기업에 대해 강한 신뢰를 표시했다. 그는 사회적 기업이 시장과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고 사회의 생산성을 키웁니다. 하지만 소득 불평등이나 소외의 문제를 야기하죠. 정부의 권위적 정책 드라이브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지역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잘 알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지역에 오래 살았던 사람입니다. 이들을 사회적 기업가로 키워 지역사회의 니즈(needs)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는 “2009년 이후 상당수의 사회적 기업에 인건비 지원이 끊겼지만 대부분 도산하지 않고 자립하는 데 성공했다”며 부실 사회적 기업이 난립한다는 지적에 반론을 폈다.

김 원장이 보는 사회적 기업 발전의 가장 큰 토대는 ‘사람’이다. 훌륭한 사회적 기업가를 키우는 게 백년대계를 세우는 일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그는 3년 임기의 가장 큰 목표를 인재 육성에 둘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오는 12월1일 발효될 협동조합기본법이 문제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동조합기본법은 조합 설립 요건을 대폭 완화한 법으로, 사회적 기업의 소유구조를 더 민주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그는 “소유구조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사회적 기업이 있으면 적극 지원할 생각”이라며 “컨설팅 등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