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대부분은 생계형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자영업을 통해 생계를 보장받고 있는 점주들의 수는 많지 않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최저 생계비 수준인 150만원 정도를 벌고 있는 자영업자들도 많다. 창업을 했지만 생계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업을 생계 차원이 아닌 사업의 본질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업의 목표는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고, 고객은 누구이며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 답을 찾는 과정이 사업의 본질에 접근하는 방법일 것이다. 다시 말해 이미 경쟁자들이 시장에 많은데도 ‘내가 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다. 그 답이 자신의 생계 때문이라면 오히려 생계가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인천의 차이나타운을 방문한 적이 있다. 맛집 도서정보를 통해 짜장면이 맛있다고 하는 집을 찾아갔다. 맛이 일반 중국집보다 낫기는 했지만, ‘이거 먹으러 여기까지 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다고 하는 매장임에도 불구하고 남들과 비슷한 방법, 비슷한 메뉴로 차별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작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손님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은 다름아닌 색다름과 재미, 그리고 이야깃거리가 있는 매장이었다. 그곳을 찾는 고객들이 원하는 가치에 충실한 것이다.

‘100년 짜장’이란 메뉴를 내놓는 이 매장은 100년 전 화학조미료가 없던 시절에 조리하는 방식으로 짜장면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맛의 좋고 나쁨을 떠나 음식이 담겨 나오는 모양이나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한 설명, 재미있는 얘깃거리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정확하게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원하는 즐거움이자 새로움이다.

찐만두나 군만두가 아닌 화덕에서 구워내는 만두를 선보이는 곳도 고객이 줄을 서는 매장이었다. 화덕에서 굽는 피자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어도, 화덕에서 굽는 만두는 이곳이 아니면 쉽게 보기 어렵다.

신용카드 업계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현대카드의 정태영 사장은 보험업에 새롭게 진출하면서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이미 시장에 많은 업체들이 있는데, 왜 우리가 필요한가.” 이 질문은 수많은 자영업자들에게도 똑같이 중요한 질문이다. 생계가 그 답이 아님은 물론이다.

허 건 행복한가게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