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공유제는 국제사회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규제다. 정부가 기업에 사회환원을 강요하면 협력업체나 소비자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문가들은 기업의 사회환원 활동이 정부의 강요가 아니라 시장논리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CSR은 단순한 자선활동을 넘어 기업이 이익을 만드는 방법이며,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아시아경영센터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글로벌화’ 심포지엄이 13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LG포스코관에서 열렸다. 발라 라마사미 중국·유럽국제경영학교 교수를 비롯해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이윤석 이노CSR 대표, 시몬스 피카드 사회비즈니스학회(EABIS) 이사 등 유럽과 아시아 CSR 전문가들은 CSR전략과 정부의 역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피카드 이사는 전략적 CSR은 기존 사회공헌활동과 차별화되는 개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전략적 CSR은 기업이 사회·환경에 재투자함으로써 사회적·경제적 이익을 얻는 비즈니스 활동”이라며 “사회적 공헌이 기업이 일방적(one-side)으로 주는 것이라면 CSR은 기업과 사회가 함께 동반성장(interactive)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CSR활동이 정부 주도가 아닌 개별 기업의 전략과 시장 요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부 주도 아래 이뤄지는 CSR은 기업에 일방적인 책임만을 요구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며 “정부를 만족시키는 데 집중하다 보니 중소기업이나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익공유제 등 동반성장을 강요하는 움직임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대표는 “특정한 주체(기업)가 만든 이익을 법적으로 공유하도록 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상충된다”며 “정부가 틀을 만들어 기업들이 그 안에서 움직이도록 하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피카드 이사는 이익 공유제에 대해 “유럽에서 전례가 없는 특이한(unusual)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기업에 기준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강요할 수는 없다고 본다”며 “유럽 정부는 기업이 각자의 전략적 목표에 맞게 자유롭게 CSR활동을 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는 데 주력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회가 기업에 요구하는 책임이 커지는 추세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라마사미 교수는 “벅셔해서웨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전략적 CSR을 통해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한 대표적인 기업”이라며 “국가적으로 CSR에 나서는 스웨덴, 뉴질랜드, 핀란드 등도 수출과 투자유치에 경쟁력이 높다”고 소개했다.

이유정/김대훈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