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57) 금융 분야에  수학이 도입된  사연은?

오늘날 금융 산업에서는 물리학이나 전기공학 못지않게 수학적 방법론이 널리 쓰인다. 각종 경제·금융 데이터를 통계학을 이용해 가공하고, 여기에 근거해서 어디에 투자할지 결정한다. 또 정교한 수학적 방법론을 이용해 새로운 금융 상품을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분야의 응용학문을 금융공학(financial engineering)이라고 부른다. ‘퀀트(quant)’라 불리는 금융공학 전문가는 업계에서 가장 비싼 연봉을 받는 직종 가운데 하나다.

일자리 잃은 수학 전공자들

하지만 오늘날 금융계에서 수학적 방법론이 각광받게 된 계기가 구조적 실업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구조적 실업은 산업 구조가 변하면서 사양 산업에 종사하던 이들이 일자리를 잃는 현상이다. 음악시장이 MP3 위주로 바뀌면서 LP나 CD를 제작하던 업체가 차츰 문을 닫고, LP와 CD 제작 기술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게 되는 일이 발생했다. LP와 CD를 만들고 판매하던 사람들이 MP3 음원 관리업체에서 새로 일자리를 얻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오늘날 금융 분야에서 수학의 도입은 수학이나 물리학을 전공하던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20세기 중반 미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을 육성하고 이들에게 다양한 연구 과제를 맡겨왔다. 주로 군사적인 이유에서였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미국 정부에 고용된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은 군수물자 관리·암호 해독·레이더와 원자폭탄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참여해 성과를 냈다. 미국 정부는 종전 이후에도 군사 및 우주 기술 개발을 위해 거액의 자금을 투입해 연구를 수행했다. 소련이 먼저 인공위성을 발사하면서 ‘스푸트니크 쇼크’라 일컬어질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미국 정부는 예산 지원액을 늘렸다. 이 과정에서 대학과 연구소들은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을 위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냈다.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호시절은 끝이 났다. 1973년 군대를 철수할 때까지 10여년간 계속된 북베트남과의 전쟁으로 미국 정부는 재정적자에 시달렸다. 게다가 오일 쇼크 이후 미국 경제도 침체의 늪에 빠졌다. 소련과의 데탕트(화해) 분위기로 냉전 분위기까지 완화되자 미국 정부는 대학과 연구소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출을 줄이게 된다. 더 이상 대규모로 물리학자와 수학자가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1950~1960년대 대학을 다니고 박사학위를 딴 많은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처지로 내몰리게 됐다. 이들은 대학이든 연구소든 자리가 나는 곳이면 어디서든 단기간의 임시 직책이라도 맡아 일하였다. 그나마 일자리를 얻으면 다행이었다. 학계에서 급료가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자리도 차지하지 못한 이들은 다른 분야로 눈길을 돌려야 했다.

이들을 받아준 곳이 바로 월스트리트 즉, 금융권이다. 1973년 오일 쇼크로 인해 석유 가격은 폭등하고 금리는 치솟았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으로 금값이 금세 온스당 8백달러를 넘었다. 금융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가장 안정적인 금융 자산으로 간주되오던 채권이 하루아침에 위험천만한 금융자산으로 전락할 정도였다. 금리와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는 일의 중요성이 커지게 됐다. 또 위험 관리 및 분산이 새롭게 떠오르는 화두가 됐다.

금융공학이 탄생한 배경

금융계의 이러한 과제에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은 적합한 해답을 제시해주었다. 물리학은 시간에 따라 사물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는 방식, 즉 동학 내지 역학에 대한 학문이다. 이러한 물리학적 방법론은 그대로 금융시장에 적용돼 주가의 움직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예측하는 데 쓰였다. 수학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금융 상품들이 얼마나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 또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위험성이 있는지 계산해냈다. 정교한 금융 기법이 절실했던 금융 회사들의 필요와, 다양한 물리학·수학 기술을 갖춘 이들이 안정된 일자리를 찾아 떠돌아다니게 된 시대 상황이 맞물리면서 금융 공학이 탄생한 것이다.

실업이 유발되는 원인에는 구조적 실업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실업은 크게 자발적 실업과 비자발적 실업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자발적 실업이란 현재 임금 수준에서 일할 수 있지만 더 나은 임금이나 근로 여건을 찾거나, 적성에 더 잘 맞는 직장을 찾기 위해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으로 마찰적 실업 또는 탐색적 실업을 말한다. 이에 반해 비자발적 실업은 일할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의사와는 달리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구조적 실업을 푸는 해답은…

이러한 비자발적 실업은 그 원인에 따라 구조적 실업과 경기적 실업으로 다시 구분할 수 있다. 경기적 실업은 경기가 좋고 나쁨에 따라 유발되는 실업을 의미한다.



[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57) 금융 분야에  수학이 도입된  사연은?

앞에서 말한 마찰적 실업과 구조적 실업은 경제 전체에서 일부분인 미시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경기적 실업은 경제 전체의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거시 경제적인 정책으로 풀어야 할 문제로 간주한다.

구조적 실업은 열거한 여러 실업의 형태에 비해 가장 장기적이며, 만성적인 실업의 형태에 해당한다. 사회 구조, 경제 구조의 변화로부터 야기된 실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구조적 실업을 막기 위해 사회의 변화를 중단하거나 성장과 발전을 거부할 수는 없다. 위의 사례처럼 1970, 1980년대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이 갖고 있는 지식을 새로운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내는 적극적인 자세가 가장 유효한 해답이 아닌가 생각한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 경제 용어 풀이

▧ 금융공학 (Finance Engneering)

‘금융(Finance)’와 ‘공학(Engneering)’의 합성어. 금융이나 경제 현상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수학이나 통계학 이론을 활용해 해결하고자 하는 학문이다. 또 그러한 수학 모델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작성해 미래를 예측하기도 한다. 1980년대 이후 빠르게 발전한 첨단 금융 기법은 대부분 금융공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공학에 대한 맹신과 투기 현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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