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생명보험업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변액연금 10개 중 9개, 물가상승률 밑돈다’는 내용의 기사가 크게 다뤄져서다. 금융소비자연맹이 공정거래위원회 지원을 받아 현재 판매 중인 생보사 변액연금 상품 60개의 10년간 수익률을 비교해보니 대부분 연 2~3% 수준에 그쳤다는 게 골자다. 1위를 기록한 교보생명 상품 수익률이 고작 연 4.06%였다.

보험회사들은 ‘통계가 잘못됐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수익률 계산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금소연은 매달 20만원씩, 10년간 납입했다고 ‘가정’해 연환산 수익률을 산출했다. 총납입보험료 원금(2400만원)이 계약 체결 시점에 한꺼번에 납입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변액연금은 보험료 운용기간이 점차 짧아지는 구조다. 예컨대 10년간 운용된 상품은 계약 첫 달에 낸 보험료 20만원은 10년간 투자되지만, 2년차 첫 달엔 9년, 3년차 때는 8년 식으로 감소하다가 마지막 달엔 실제 운용기간이 없다. 따라서 금소연 통계처럼 보험료 원리금을 ‘10년’으로 나눌 게 아니라 평균치인 ‘5년’으로 나누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실제 변액연금 수익률은 금소연이 발표한 수치보다 두 배 높아진다.

또 하나는 각 상품의 판매시기 및 운용기간이 제각각이란 점이다. 예컨대 실효수익률 최상위로 이름을 올린 한 보험회사 상품의 경우 지난 1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이 비교적 선전했던 시기에 2개월간 기록한 ‘반짝’ 수익률이었다는 얘기다.

반면 2008년 금융위기나 유럽 재정위기 직전 설정된 펀드는 수익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운용기간이 짧은 연금보험과 장기인 연금보험을 연환산 수익률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수익률 상위를 차지한 PCA생명도 ‘자료가 오류투성이’라고 했다. PCA생명 측은 “모든 보험사가 똑같은 운용능력을 가졌다고 가정한 통계”라며 “그럼 왜 20개 넘는 보험사가 경쟁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조연행 금소연 부회장은 “보험사가 제공하는 자료가 제한적이어서 완벽한 분석은 어렵다”면서도 “대부분은 수익률이 저조한 보험사들의 핑계”라고 말했다. 정확한 통계는 신뢰의 기본이다. ‘반쪽 수익률’ 변액연금에 가입한 소비자들만 혼란스럽게 됐다.

조재길 금융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