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메디컬 한류
지난주 필리핀 세부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소위 보톡스, 필러를 좀 한다는 의사들이 모인 APMAC(Asia Pacific Medical Aesthetic Congress·아태의료미학회의)가 열렸다. 마지막 전체 클로징 세션의 주제가 ‘아시안 뷰티의 컨센서스’였는데 필자와 함께 주제 발표한 태국 의사의 주 내용이 뷰티영역에서의 ‘Korean fever(한류)’였다. 그는 빅뱅과 슈퍼주니어, 소녀시대의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한류가 전체 아시아 뷰티의 스탠더드가 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사회를 본 브라질 의사 역시 동조 발언을 했다. 의료분야에서도 아시아 전문가 그룹은 물론이고 서양인들까지 이구동성으로 한류를 얘기하는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한류의 영향력이 연예계를 넘어 우리나라 상품에 대한 호감도로 이어지듯 의료분야 역시 한류의 후광 효과를 보고 있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에서 한국 스타들의 외모가 미의 표준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의료관광객들이 미용성형수술을 받으러 한국에 온다. 미국에 비해 훨씬 싼 의료비와 발달된 의료기술은 건강검진, 암이나 뇌혈관질환 등 고난도 질병치료에서도 외국 환자들을 우리나라로 끌어들이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 등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 수가 2010년에 8만1789명이었으나 2018년엔 4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외국인 환자가 40만명이면 의료비와 관광수입은 1조5090억여원에 이르고 1만6691명의 고용이 창출될 수 있다고 한다.

메디컬 한류가 이렇게 뜨게 된 근간은 우리나라의 우수한 의료 인력이다. 1960~70년대 우수한 인재들이 공대를 간 것이 오늘날의 삼성 반도체와 현대자동차, 원전이 세계를 누빌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과 마찬가지다. 쏠림 현상이 지나쳐 최근 10여년간 대학 입시에서 전국의 의대를 다 채우고 나서야 서울공대가 찬다는 현실은 걱정되는 부분이지만 우수한 인재들이 간 의료분야가 앞으로 우리나라를 먹여살릴 차세대 성장산업이 될 수 있다는 역발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를 우리나라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단순한 공공재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의료산업이란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서울 강남구에선 강남구의료관광협의회를, 부산에서는 서면 미용성형특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료관광을 지원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 수준이 아닌 범정부 차원에서 의료를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인식하고 규제의 대상이 아닌 지원과 육성의 대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으로 삼은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의 근간이 유지된다면 제주나 송도의 외국인 의료특구나 주식회사 병원 설립 등을 반대만 해선 안될 것이다. 메디컬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누빌 날을 꿈꿔본다.

서구일 < 모델로피부과 대표원장 doctorseo@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