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천안함 폭침 2주년…벌써  그들을  잊으셨나요?
서해 백령도에서 북쪽으로 약 80㎞ 떨어진 북한 황해남도 비파곶 잠수함 기지. 2010년 3월23일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과 이를 지원하는 모선(母船)이 비밀리에 출항했다. 잠수정은 300t급 이하의 소형 잠수함을 뜻하는데 연어급은 130t가량된다. 이 잠수정은 한·미 정보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ㄷ’자형으로 우회해 공해상으로 나갔다가 남쪽으로 이동해 25일 백령도 서쪽 해저에 도착했다.

잠수정은 수중에서 하루 동안 공격 목표를 기다렸다. 26일밤 천안함을 발견한 이 잠수정은 천안함 왼쪽으로 3㎞가량 떨어진 해저에서 잠망경으로 천안함의 움직임을 확인한 후 어뢰(CHT-08D)를 발사했다. 이 어뢰는 밤 9시22분쯤 천안함 아래에서 폭발했다. 이로 인해 천안함은 두동강 났고, 우리의 고귀한 해군 장병 46명을 희생시켰다. 우리 해군은 탐지 장비 노후화 등으로 미처 손 쓸 틈이 없었다. 북한의 잠수정은 28일 오후 비파곶 기지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정보를 근거로 북한의 천안함 공격 상황을 재구성한 것이다.

# 남북관계 통로막은 북한의 악행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은 북한 어뢰에 의한 침몰이라고 분명하게 결론을 내렸다. 프로펠러에 찍혀 있는 일련번호를 판독한 결과 북한의 글자체임이 밝혀진 것이다. 조사단은 또 2005년 수거한 북한의 훈련용 경어뢰 프로펠러와 비교해 유사한 재질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화약 성분도 북한용이며 알루미늄 합금도 북한 재질로 판명됐다.

천안함 사태는 우리의 대북정책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이어지다가 물밑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등 화해 제스처를 보내는 시점에 천안함 사태가 터져 상황은 반전됐다. 우리 정부는 교역과 교류 중단, 북한 선박의 남한 해역 전면 운항 불허, 군의 대북 심리전 재개 등 대북 ‘5·24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천안함 사태는 또한 우리 사회의 이념적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천안함 도발 주체를 놓고 벌인 논쟁은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차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의혹들과 이에 대한 반박이 쏟아지면서 이념 논쟁의 격전장이 됐다.

미국 스웨덴 호주 영국 등 전문가들도 참여한 조사단이 명백하게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침몰이라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일각에선 이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어뢰 추진체 후면에 쓰인 ‘1번’ 글씨를 북한 어뢰의 증거로 제시했다. 그렇지만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는 “1번 글씨 성분은 폭발시 발생하는 고압에 의해 당연히 타서 없어졌거나 최소한 까맣게 변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태호 KAIST 교수는 “이 교수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열역학 제1법칙), 유체역학의 법칙을 무시한 어이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어뢰가 수중에서 폭발할 때는 섭씨 3000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하지만 버블이 단열 팽창하면서 주위의 불을 밀어낸 후 저온·저압으로 변한다. 고온의 가스가 주변에 있는 바닷물에 에너지를 주면서 자기 자신은 온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3000도의 고온으로 직접 닿게 해도 그 짧은 접촉으로는 1번 글씨가 탈 정도로 열 전달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야권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좌초설, 피로파괴설, 미군 함정 충돌설 등 미확인 괴담을 여과없이 주장했다.

# 국민 절반이상 "언젠지 헷갈려"

천안함 사태가 터진 지 2년이 지난 현재 정치권 일각에선 북한 소행이라는 데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그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다. 한 천안함 유가족은 이들을 향해 “자신들이 제기한 의혹이 명백하게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는데도 혼란만 던져 놓은 채, 자기 이름 석자를 알려놓고선 사과 한마디 없이 조용히 뒤로 사라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렇다고 음모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부 인터넷 매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천안함 사고시 미군 잠수함 추정 구조물도 함께 침몰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천안함을 격침했다’는 등의 주장을 펴고 있다.

장병 46명의 고귀한 목숨을 앗아간 엄청난 사건임에도 우리 사회는 천안함 폭침에 대해 잊혀져 가는 분위기다. 최근 미디어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 이상(57%)이 천안함 폭침 시점이 지난해인지 재작년이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를 믿는다’는 응답이 71.3%였지만 20, 30대는 55.8%에 그쳤다.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 비율은 20대 여성과 남성이 각각 45.6%와 43.1%인 반면 60대 이상은 8.5%를 나타내 세대별 격차가 심했다.

천안함 사태로 남북 관계는 경색국면을 맞았다가 지난해 9월 류우익 통일부 장관 기용 이후 대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갔다. 그렇지만 지난해 12월 북한 김정일 사망과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탐색기를 거쳐 북한의 장거리 로켓인 광명성 3호 발사 계획 발표로 다시 긴장국면을 맞고 있다. 북한은 광명성 3호가 위성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 국제사회는 사실상 군사공격용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로켓 위에 위성 대신 핵탄두를 실으면 곧바로 장거리탄도미사일(ICBM)로 전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발사 시점으로 잡아놓고 있는 4월 중순까지 국제사회와 북한은 또 한번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게 됐다.

홍영식 한국경제신문 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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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아들 미니홈피 관리" … 아물지 않은 상처

[Focus] 천안함 폭침 2주년…벌써  그들을  잊으셨나요?
북한이 천안함 폭침을 일으킨 지 2년이 지났지만 희생장병 유가족들의 상처는 여전히 깊다. 초대 유가족협의회 대표를 맡았던 이정국 씨(41)는 “아직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약으로 연명하는 유가족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고 서승원 중사의 아버지 서천석 씨(48)는 “자식을 앞세웠는데 무슨 낙이 있느냐”고 했다. 고 서대호 중사의 어머니 안민자 씨(54)는 아직도 아들의 미니홈피를 관리하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것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극히 일부라고 하더라도 이들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각이 있어 유가족들은 더욱 고통스럽다. 이씨는 “‘돈 받아놓고 왜 떠드냐’고 하는가 하면 ‘돈 받았으니 입 다물라’ ‘천안함 장병은 패잔병’이라고 하는 등 공격을 받아 유족들이 엄청난 상처를 입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나서길 꺼린다”고 했다. 심지어 유족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그는 한탄했다.

그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나 천안함 공격이 바다에서 일어나다 보니 마치 남의 나라에서 일어난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런데 포신을 조금만 돌리면 서울 강남에 포탄이 떨어질 수 있다”며 우리 사회의 안보 의식 해이를 질타했다.

최근 야권에서 제주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고 표현하고,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데 대해 유족들은 격앙돼 있다. 한 유족은 “한명숙 민주당 대표가 총리 시절 필요하다고 해놓고 야권 연대 등 이유로 노무현 대통령 시절 확정한 것을 이제와서 하루아침에 뒤집었다”며 “이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패륜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