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 로엔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등 한국 음악기업 3인방이 글로벌 톱20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넥슨 엔씨소프트 NHN한게임도 마찬가지다. 노래방이나 PC방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없었더라면 진작 존폐의 기로에 섰을지도 모를 한국 음악·게임사들이 이제 창의적 콘텐츠와 진취적 역량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20일 한국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KAIST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 경쟁력 보고서 2012’에 따르면 세계 음악산업 경쟁력 부문에서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전체 4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엔은 2010년 주요 기업의 매출, 수익성, 생산성 등 세 가지 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경쟁력평가 부문에서 애플 유니버설뮤직 에이벡스 등에 뒤졌지만 워너뮤직 소니 등 세계적인 음악기업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SM은 8위, CJ E&M도 18위를 각각 차지했다. 부문별로는 수익성(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에서 SM이 세계 1위, 생산성(1인당 매출)에서는 로엔이 2위에 올랐다. 게임 부문의 경쟁력 역시 한게임 8위, 넥슨 14위, 엔씨소프트 17위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김영걸 KAIST 정보미디어연구센터장은 “이번 조사로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세계적인 경쟁력이 입증됐다”며 “엔터테인먼트산업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잡을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 최상위 그룹과 매출 격차가 크고 기업 저변도 얕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 경쟁력을 갖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전방위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어 성장잠재력은 높다는 평이다. 특히 K팝과 온라인 게임은 2015년께 반도체(1990년대)-자동차(2000년대)-스마트폰(2010년대)을 잇는 또 하나의 ‘달러 박스’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2010년 기준 세계 자동차산업 규모는 9630억달러, 엔터테인먼트산업은 5520억달러 정도다. 하지만 가속화하는 모바일 혁명으로 글로벌 문화 콘텐츠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어 조만간 자동차산업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박찬욱 감독이 상업영화의 메카 할리우드에서 메가폰을 잡는 등 한국 영화산업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 방송 부문에서 드라마, 예능 등의 수출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