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돌이’가 돌아왔다. 사뭇 무서운 기세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열풍을 타고 얼떨결에 17대 국회의원이 됐던 그들이다. 나라를 쥐락펴락하다가 ‘폐족(廢族)의 위기’까지 몰렸던 그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이 19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을 휘어잡아 버렸다.

탄돌이 바람에 휘청거리는 것이 ‘타운돌이’다. 2008년 실시된 18대 총선에서 뉴타운 바람을 타고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이다. ‘뉴라이트 바람’까지 등에 업고 이명박 정부 초기 기세를 떨치던 그들이다. 그런 그들의 존재는 19대 총선을 앞두고 갈수록 미미해지고 있다.

상반된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탄돌이(넓은 의미로 민주통합당을 지칭)와 타운돌이(넓은 의미로 새누리당을 지칭)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르다. 행동양식부터가 그렇다. 탄돌이는 다분히 전략적이고 집단적이며 끈질기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할 줄 안다. 대중의 가려운 데를 긁어서 한 곳에 끌어모으는 조직력도 수준급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집단 시너지는 한명 한명의 힘을 뛰어 넘는다.

반면 타운돌이는 즉흥적이고 개인적이며 뒷심이 없다. 이익이 될라치면 달려 들다가도, 손해라고 생각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아서 버린다. 조직보다는 개인이 우선이다. 난관이 닥치면 혼자 살아남을 궁리를 하느라 바쁘다. 한명 한명은 똑똑하지만 모아 놓으면 별볼일 없다는 지적을 듣는다.

그렇다고 타운돌이의 장점이 없는 건 아니다. 그들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해왔다.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식견도 갖췄다. 사물이나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종합적이다. 상당수가 월급쟁이 경험이 없는 탄돌이와는 다르다. 일방적이고 폐쇄적이며 교조적인 탄돌이에 비해선 훨씬 유연하고 합리적이다.

역설적이지만 이런 차이가 ‘복지 포퓰리즘’ 경쟁을 만들어냈다. 탄돌이에게 주어진 지상과제는 정권 탈환이다. 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제주 해군기지 건설 취소 등 과거 약속을 뒤집는 것은 일도 아니다. ‘3+1정책(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반값 등록금)’보다 더한 복지시리즈도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다. 재원도 걱정하지 않는다. ‘모든 걸 가진 1%’에게 더 걷으면 된다.

시장 불확실성 키우기 경쟁

합리적인 타운돌이 입장에서 보면 탄돌이의 공약은 허황하기 짝이 없다. 나라 망치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 밥 따질 상황이 아니다. 일단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사병 월급을 50만원으로 올리거나,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를 늘리는 등 온갖 공약을 내걸어 표를 얻는 게 급선무다. 나라살림이 거덜날지 모른다는 우려는 붙들어 매야 한다.

탄돌이와 타운돌이가 내거는 복지 포퓰리즘 공약이 공허하다고 지적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그들의 경제를 보는 시각이다. 필요하면 번지르르한 공약을 내놨다가 상황이 바뀌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른 척 하는 게 그들이다. 툭하면 세제를 손대겠다고 하고, 필요하면 기업도 손보겠다며 아무 곳이나 들쑤셔 놓는 게 그들이다. 그들앞에서 경제논리 운운은 웃기는 얘기다.

경제, 특히 시장의 가장 큰 적은 불확실성이다. 앞날이 불투명하고, 언제 뭐가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 지속되면 시장 참가자들은 움츠러든다. 시장은 활기를 잃고 경제는 주눅든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탄돌이는 그걸 모르면서 덤비고, 타운돌이는 알면서도 모른 척 할 뿐이다.

하영춘 증권부장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