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밀레니엄 포럼] "40여개 복지기준 단순화…'맞춤형 혜택'으로 체감도 높여야"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23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공동 개최한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정치권의 ‘복지 메뉴’ 확대 움직임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임 장관은 “복지부 장관은 원래 공격을 해야 하는데 요즘은 수비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며 “최근 들어 중압감을 많이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는 “정치적인 일정을 고려하면 주어진 시간이 1년 정도 한정돼 있지만 지금이 중대한 전환기인 만큼 그냥 넋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이원덕 삼성경제연구소 고문=복지 논쟁이 좌우 대결처럼 돼 있다. 이 문제는 이념적 대응이 아니라 실용적 대안이 마련돼야 할 사안이다. 어떻게 하면 중산층을 늘려 사회를 통합하고 내수를 늘릴 것인지 깊이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최근 들어 복지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복지를 늘리면 그만큼 세금 부담도 뒤따른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건강한 토론의 장이 마련돼 복지의 100년 대계를 확립해야 한다.

[한경 밀레니엄 포럼] "40여개 복지기준 단순화…'맞춤형 혜택'으로 체감도 높여야"

▶박원암 홍익대 교수=복지 지출이 지난 10년간 2배로 늘었지만 효과는 그만큼 높아진 것 같지 않다.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도 계획만 세울 뿐 성과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임 장관=복지 프로그램이 16개 부처 293개 사업으로 분산돼 있다. 상당수가 신규, 시범 사업으로 성숙도가 떨어진다. 성과 분석도 필요하지만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사업을 통합해 힘을 내도록 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내년 2월부터는 293개 사업이 하나의 전산시스템으로 연결된다. 복지 메뉴는 이미 갖춰졌다. 현재 복지 프로그램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대상자를 늘려나가는 방향이 맞다. 복지 기준도 부처마다 달라 40여개에 이른다.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기준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백수경 인제백병원 부이사장=복지 확대는 좋지만 재원이 문제다. 복지부가 추진 중인 약가 인하만 보더라도 제약회사 등 업계를 쥐어짜서 재원을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차라리 의료 산업화를 통해 해외 환자 유치를 활성화한다면 재원 마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임 장관=비용 줄이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아직 더 줄일 여지도 많이 남아 있다. 상급 종합병원에 가보면 외래 환자들로 항상 붐빈다. 주차장마다 빈 자리가 없다. 1차 의료와 예방 기능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황영기 차바이오앤디오스텍 회장=의료 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어렵다면 국제의료 부문만 따로 떼어내 개방형 출자를 받는 방법은 어떨까.

▶임 장관=우리나라 의료산업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다만 우수한 의료 자원을 해외로 돌릴 것이냐에 대한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좋은 의사는 해외 환자만 치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작년 집 근처 보건소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는 데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포기한 적이 있다. 공공의료 부문이 취약한 것 같다.

▶임 장관=우리나라 의료기관의 95%는 민간이 소유하고 있다. 그나마 있는 공공병원은 대부분 적자투성이다. 의료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의사 수는 적은데 병상은 많다. 의대 정원을 묶어놔서 그런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 데 폭넓은 검토가 필요하다.

▶허노중 동국대 교수=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하지만 효과성이 높은 DNA 건강검진 등이 건강보험 적용이 안된다.

▶임 장관=의학적으로 검증이 되면 급여 항목으로 들어오게 돼 있다. 건강검진을 포함해 예방 중심의 의료 체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

▶오영수 현대유엔아이 사장=직원들에게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보육과 교육 부담이 워낙 커 감당이 안된다는 답이 돌아오더라. 비용뿐만 아니라 문화도 문제다. 남성 직원들도 육아를 분담할 수 있는 문화가 이뤄져야 한다.

▶임 장관=옳은 말씀이다. 근로시간 단축 문제도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또 재혼이나 미혼모 문제도 사 회적인 시각이 좀 달라질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민들이 가정이 주는 행복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학계 사회단체 등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이심기/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