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에 사회적 책임·윤리 접목…P&G,기저귀 한팩 팔면 백신 한개 기부
브리티시항공, 동전 모아 유니세프 전달
지속 가능한 아이템 선정하고 소비자 참여 이끌어내는게 성공 관건
[경영학 카페] 칭찬받으며 돈 벌고픈 기업…'코즈 마케팅'을 활용하라

많이 알려진 ‘파블로프의 개’는 20세기 초반 러시아 생리학자 파블로프 박사의 흥미로운 실험에서 비롯됐다. 개의 침샘 일부를 떼어내 먹이를 먹을 때마다 분비되는 침의 양을 측정했다. 그러다 우연히 그 개가 먹이를 들고 오는 사람의 발소리만 들어도 침을 분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개는 발소리가 먹이와 함께 나타난다는 것을 학습한 것이고, 따라서 처음에는 침의 분비와 상관이 없던 발소리가 먹이와 같은 효과를 갖게 된 것이다.
김연아나 이효리 같은 인기 연예인이 출연하는 광고 역시 이런 조건반사를 활용한다.모델의 매력적인 이미지와 제품의 이미지가 결합되는 것으로, 소비자들은 제품만 봐도 광고 모델에 대해 갖고 있던 호감을 느끼게 된다. 파블로프의 개가 발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문제는 너무나 많은 광고 마케팅이 넘쳐나고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광고 모델만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조건반사를 만들어내기가 어렵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호감을 느낄 수 있는 다른 대상을 찾아야만 했고, 환경 보건 빈곤 등과 같은 문제에 주목하게 됐다. 이런 사회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기업의 노력에 소비자들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고, 기업의 선한 이미지가 제품 구매에 영향을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사회적인 이슈, 즉 ‘코즈(Cause)’를 이익 추구를 위해 활용하는 것을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이라고 한다.

코즈 마케팅은 어떤 종류가 있을까. 가장 기본적인 유형은 소비자들의 소비를 통해 기부 활동을 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면 기업이 특정 코즈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기부의 형태는 돈이 되기도 하고, 물건이 되기도 한다.

P&G의 기저귀 브랜드 팸퍼스는 저개발 국가 아이들이 파상풍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 유니세프에 공동 마케팅을 제안했다. 기저귀 한 팩을 사면 백신 1인분을 기부하는 ‘원 팩, 원 백신(One Pack, One Vaccine)’ 행사를 시작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까지 3억개가 넘는 파상풍 백신이 보급됐으며, 1억명 이상의 산모와 아이들이 파상풍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최근에는 기업의 재능 기부가 코즈 마케팅의 일부로 활용되기도 한다. 현대카드는 디자인을 경영에 활용하는 능력이 탁월한 회사다. 국내 처음으로 회사 고유의 서체를 만들어 썼고,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들에게 의뢰해 카드를 디자인하는 등 높은 예술적 역량을 쌓아왔다. 현대카드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을 서울시에 기부했다. 첨단정보 통신기술과 예술을 접목한 버스 승차대를 서울역 앞 환승 센터에 만들어 준 것이다.

이렇듯 기업들은 다양한 형태로 코즈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활용해 코즈를 선정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영국 브리티시항공(British Airways)은 비행기에 탑승하는 고객의 대부분이 외국에서 사용하던 동전을 환전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그리고 고객이 좌석에 비치된 봉투에 동전을 넣으면 유니세프에 전달하는 ‘사랑의 동전 모으기(Change for Good)’를 실시했다. 당분간 사용할 수 없는 주머니 속의 외국 돈을 기부하는 캠페인은 오직 항공사만이 할 수 있다.

또 지속 가능한 코즈를 선정해야 한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의 한 업체는 콜라 독립을 모토로 ‘815콜라’를 출시했다. 당시 전국적으로 불던 애국심을 코즈로 한 마케팅이 히트를 쳤고, 1999년에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장악하고 있던 시장에서 13%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815콜라의 돌풍은 거기까지였다. 애국심에 호소했지만 외환위기가 끝나면서 애국이라는 코즈는 힘이 떨어지고 말았다. 코카콜라와 펩시의 물량공세 속에 소비자들은 더 이상 815콜라를 찾지 않았고, 이내 매장에서 사라져버렸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미식축구 챔피언전인 슈퍼볼 전후에 방영되는 짤막한 광고는 게임의 승패만큼이나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다. 그럼에도 펩시콜라는 1987년 이래 매년 100억원 이상을 쏟아 붓던 슈퍼볼 광고를 2010년 중단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활용한 코즈 마케팅을 시작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소비자가 직접 제안하고, 자신의 SNS에 이를 알려 다른 사람들이 평가하게 했다.결과적으로 펩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슈퍼볼에 광고를 낸 회사보다 더 주목받았다.

효과적인 코즈 마케팅을 위해서는 기업과 사회, 소비자들의 이해관계가 만나는 지점을 정확히 찾아내야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는 실용적인 가치를 주면서 공익적인 가치를 만들어 낼 때 성공적인 코즈 마케팅을 펼쳐 나갈 수 있다.



이우창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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