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현대차 노조의 역주행
한 조합원의 분신으로 촉발된 현대자동차 노사갈등이 최근 한 달여 만에야 끝났다. 문용문 위원장의 새 노조 집행부는 출범 두 달여 만에 파업에 들어가 회사에 400여억원의 생산손실도 입혔다. 전임 집행부가 이룬 3년간의 노사평화 기록은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됐다.

노동 전문가들은 올해 현대차 노사관계가 ‘포퓰리즘’에 물들어 있는 선거정국과 맞물려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한 형국이 계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 첫번째 진원지를 밤샘 근무를 없애는 주간연속2교대제의 시행을 둘러싼 노사갈등에서 찾고 있다. 노조는 이 문제와 더불어 월급제 전면 시행, 사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3대 요구안을 묶어 10일 정몽구 그룹 회장과의 회동을 제안해놓은 상태다. 문 위원장은 노조 소식지에서 “우리들의 요구를 또다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중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최후통첩’과 같은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노조의 이런 행보는 정부가 휴일 근무를 연장 근무에 포함시키는 등 완성차 업체의 장시간 근로관행을 개선하겠다며 전례없는 친(親)노동정책을 펴는 것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작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생산성을 올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표준 맨아워(표준근로시간) 협상은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논의하겠다”며 뒤로 물러서고 있다. 일 안 하고도 임금을 보전받는 데 대해 그룹 회장 면담까지 요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노조가 지난 20여년간 강성 투쟁을 통해 지켜온 ‘임금손실, 노동강도 강화, 고용불안 없는’ 소위 ‘3무(無)’의 기득권을 끝까지 고수하겠다는 ‘꼼수’로밖에 볼 수 없다. 노조가 연산 30만대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총 3500명 이상의 대규모 신규인력도 충원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긴 한숨을 짓는다. 생산성 향상과 4500여 중소협력업체와의 협업문제 등 산업 전반의 난마처럼 얽힌 숙제를 먼저 해결해야 가능하다는 것. 노조가 그들만의 기득권 보호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현대차가 글로벌 무한경쟁의 한 복판에 있는 상황에서 소탐대실하는 노조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인식 울산/지식사회부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