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을 할까,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둘까?” 밀린 빨래 이야기가 아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이용자들이 요즘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고민거리다. SNS에 이미 올린 글이나 사진 등을 그대로 둘지, 선별적으로 지우는 이른바 ‘세탁’을 할지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SNS 이용자들이 ‘자신의 흔적’을 놓고 골머리를 앓는 이유는 대학이나 기업이 신입생이나 입사 지원자들의 SNS 활동 내역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이 제일 두드러지는 곳은 페이스북 이용자가 가장 많은 미국이다. 카플란 서베이가 미국 상위 500개 대학 입학전형 담당자 320명을 조사한 결과 10%가 대학 지원자들의 SNS를 열람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80%는 지원자들의 학교 밖 생활을 더 잘 알기 위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상 신상정보를 활용한다고 대답했다. 지원학생의 인터넷상 평판이 입학사정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도 38%나 됐다. 대학 입학 후에도 마음 놓을 수 없다. 전미대입컨설팅협회 조사에 따르면 26%의 대학이 인턴십이나 장학금 수혜자를 선정할 때 학생들의 SNS 활동내역을 조사해 참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난삼아 트위터에 ‘선생님이 성도착증 환자’라는 글을 올린 미국 고등학생이 학교에 적발돼 3일간 정학처분을 받고 직접 사과한 일도 있었다.

학교뿐만이 아니다. 상당수 미국 기업들이 비공식적으로 입사지원자의 SNS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국 최대 전자제품 양판점인 베스트바이는 마케팅 임원을 뽑으면서 250명 이상 트위터 팔로어를 조건으로 붙이기도 했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니 대학 입학이나 기업 입사를 앞둔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 세탁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음주 흡연 약물 막말 등 자신의 이미지에 지장이 될 만한 글이나 관련 사진을 찾아서 일일이 지우는 것이다. 취업하려는 기업의 성향과 맞지 않는 글 역시 세탁 대상이다.

아직 국내 대학에는 ‘SNS 모니터링’ 움직임이 없지만 일부 기업들은 암암리에 입사 지원자의 SNS 계정을 확인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NS를 할 때는 책임있는 태도를 보이는 게 좋을 것”이라는 스테이시 코스텔 미 일리노이대 입학처장의 충고를 국내 SNS 사용자들도 이제는 귀담아들어야 할 것 같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