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 前실장 "신정아는 큰 시련…아내 덕에 일어섰다"
변양균 전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63·사진)이 ‘신정아 사건’과 관련해 오랜 침묵을 깼다. 변 전 실장은 10일 펴낸 책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바다출판사)의 서문과 후기에서 2007년 ‘신정아 사건’과 관련, “내 생애 유일한 시련이었으며 가장 큰 고비였다”고 말했다. 변 전 실장이 신정아 사건에 대해 직접 소회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변 전 실장은 집필 후기에 해당하는 ‘글을 마치며’를 통해 신정아 사건이 “나의 불찰이고 뼈아픈 잘못이었지만, 그 결과가 그리 참혹할 줄 몰랐다는 것이 더 큰 불찰이고 잘못이었다”고 했다. 이어 “아내와 가족에겐 말할 것도 없고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그토록 큰 치명타가 될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그는 “법원에서 신정아 씨와 관련된 문제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며 신정아 씨 관련 얘기는 “누명과 억측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정아 사건이 ‘개인적 일’이었다고 선을 긋고 “하지만 그로 인해 대통령과 국정 운영에 누를 끼쳤고 참회조차 못한 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사건이 나고 나서 꽤 오랜 기간 사람을 만나는 일조차 두려웠다. 아내가 아니었다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재기의 뜻을 우회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변 전 실장은 서문에 해당하는 ‘글을 시작하며’에서도 신정아 사건으로 사표를 내러 갔을 때 노 전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사건이 난 후에도 마지막까지 따뜻이 품어주셨던 추억을 갖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이야말로 국가 지도자로서 보기 드물게 경제 정책에 대한 수준과 철학과 지향이 원대하고 분명한 분이었다. 나는 그런 사실을 낱낱이 증언해야 할 책임을 안고 있다”고 썼다.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은 2003년 3월부터 2007년 9월까지 기획예산처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지내며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을 진두지휘했던 변 전 실장이 노 전 대통령의 경제관 및 복지관과 ‘비전 2030’을 중심으로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 전반을 조명한 책이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과 개방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며 “한·미 FTA를 중국 일본 미국이란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자로서의 지위를 차지하고, 국내 시장에서 이들을 경쟁시키는 구도로 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삼았다”고 썼다.

신정아 사건이 불거지면서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됐던 변 전 실장은 2009년 1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집필 활동에 몰두해왔다. 변 전 실장은 책 출간을 계기로 블로그(변양균.com)를 개설, 국민들이 국가 경제 정책 수립과 집행에 참여할 수 있는 창구로 운영할 계획이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