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성장·구조개혁으로 고용 늘리자 - (2) 구직·구인 미스매치

구인난 中企의 하소연
"아무리 좋은 조건 걸어도 서울 명문대 출신 못 구해"

대기업만 원하는 대졸자
'안정 선호' 갈수록 강해져…"중소기업 인력난 10배
[일자리가 복지다] 사람없어 속타는 中企…"3000만원 들여 대학원 보내줘도 안와"

경기도 화성에 있는 이동통신 장비업체 케이엠더블유(KMW)에서는 생산라인 작업자들이 연신 구슬땀을 흘리며 소형 기지국 통신장비(RRH)를 만들고 있었다. 이 회사가 3년간 공들여 개발한 이 신제품은 올해부터 미국의 이동통신 업체 스프린트사로 전량 수출된다. 연간 1000억원의 신규 매출이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의 김덕용 대표는 표정이 밝지 않았다. 일감이 몰려들고 있지만 쓸 만한 기술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돈을 많이 주더라도 똘똘한 기술 인력을 뽑고 싶은데, 서울에 있는 대학 졸업생들은 이력서조차 잘 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사람 못 구해 발 동동

케이엠더블유는 학사 출신 직원들이 석사 학위를 딸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인당 3000만원씩 지원해 5명을 서강대 기술경영원에 보냈다. 올해도 5명을 보낸다. 석사 과정까지 마친 고급 전문인력이 회사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복지다] 사람없어 속타는 中企…"3000만원 들여 대학원 보내줘도 안와"

김 대표는 “경쟁회사인 미국 기업들에는 석·박사 인력이 1000여명이나 되는데 우리는 10여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힘들여 뽑아도 오래 있지 않고 금방 회사를 떠난다”며 “대기업이 아니면 싫다는 인식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중소기업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동탄에 있는 스마트폰 부품업체 파트론은 기술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 회사 김종구 대표는 “명문대 학생들은 아무리 좋은 조건을 내걸어도 오지 않는다”며 “병역특례로 오는 경우에는 정해진 기간만 채우고 곧바로 나간다”고 설명했다. 파트론은 스마트폰 특수에 힘입어 지난해 전년 대비 약 50% 증가한 3430억원의 매출을 올릴 만큼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취업시장에서는 여전히 찬밥 취급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지방대를 나온 인력들을 뽑아 전문직이나 숙련공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인력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휴대폰 터치스크린 시장에서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에스맥도 ‘젊은 피’가 부족해 고민이다. 이 회사 이성철 대표는 “젊은이들이 안정된 직장을 추구하는 경향이 예전보다 훨씬 강하다”며 “기존 직원들을 전문가로 키우는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소기업은 역사를 써 나가는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중소기업 인력부족 대기업의 10배

이대건 중소기업청 인력지원과장은 “청년들이 적성이나 소질보다는 수입과 안정성을 선호하다 보니 우량 중소기업들마저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청년실업 해소는 물론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소기업의 심각한 인력 부족은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지식경제부가 최근 발표한 ‘산업기술인력 수급동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0년 말 산업기술인력 부족 인원은 2만8181명으로 부족률이 4.3%에 달했다. 산업기술인력은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이공계 전공자로서 연구·개발과 기술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규모별로는 중소기업 상황이 대기업에 비해 크게 열악했다. 300인 미만 사업체의 산업기술인력 부족은 2만5373명(부족률 6.5%)으로 300인 이상 사업체의 2808명(1.1%)에 비해 10배가량 많았다. 근로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대학 졸업생들이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질과 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미스매치도 문제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산업인력 수요와 동떨어진 고학력으로 인해 중소기업 구인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50만명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가 유입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취업 재수는 해도 中企는 안 간다”

대학생들은 중소기업에 가느니 차라리 취업 재수를 선택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1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으로 15~29세 청년층 대졸자(3년제 이하 포함)의 평균 졸업 소요기간은 4년1개월로, 전년 동월 대비 1개월 늘었다. 대기업이나 금융회사 등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어학연수 등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종학교 졸업·중퇴 후 첫 취업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1개월인 것으로 조사됐다.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차선책으로 중소기업을 선택하기보다 ‘취업 재수’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청년들이 오랫동안 구직활동을 하면서 생기는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며 “청년들의 눈높이를 낮추기 위해 사회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성=김병근/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