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홍병희 서울大 교수

'네이처' 논문 인용횟수 세계 3위…삼성·LG서 내년말께 생산 가능
[시선 2012] 그래핀 연구 세계최고…"또 다른 나노소재 찾는중"

‘인류가 발견한 최초의 2차원 결정’ 그래핀은 ‘꿈의 신소재’라고 불린다. 물리·화학적 성질이 매우 뛰어나 플렉서블(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차세대 반도체 등을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상용화된 적이 없고 말만 무성하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인 셈이다. 홍병희 서울대 화학과 교수(41·얼굴)는 이 원석을 가공하는 데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젊은 과학자다.

[시선 2012] 그래핀 연구 세계최고…"또 다른 나노소재 찾는중"

홍 교수는 이번 학기 서울대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성균관대에서 삼성테크윈 등과 함께 그래핀을 연구하며 세계적 저널에 잇따라 논문을 발표했다. 2009년 ‘네이처(Nature)’에 실은 그래핀 대면적 합성법 관련 논문은 지난 12월 말 기준 인용횟수가 무려 1183회에 달한다. 이 논문은 2009년 이후 전 세계에 출판된 115만여편의 자연과학분야 논문 중 인용횟수 3위, 국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2010년 네이처나노테크놀로지에 표지논문으로 실은 ‘롤투롤 공정 이용 그래핀 투명전극 생산기술’ 관련 논문은 실험실 수준의 그래핀을 산업현장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2월 말 기준 이 논문 인용횟수는 363회로 역시 2010년 이후 발간된 국내 논문 중 1위다.

홍 교수는 “그래핀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특성이 많아 개척할 부분이 많다”며 “최근엔 그래핀이 아닌 또 다른 2차원 결정을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그래핀 발견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팀(안드레 가임·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교수)과 함께 진행 중인 ‘초기능성 2차원 나노구조 소재 대량합성 및 응용연구’ 프로젝트다. 그는 “영국 연구진의 막강한 기초물리 역량과 한국의 화학기술이 만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가 2010년 그래핀과 관련한 맨체스터대 연구팀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을 앞당겼다는 과학계의 평가도 있다. 실제로 그는 노벨재단 초청을 받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심포지엄에서 그래핀 관련 강연을 했다. “그래핀 상용화는 이제 삼성 LG 등 대기업으로 공이 넘어간 상태로 이르면 내년 말께 연속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흔히 한국 과학기술이 응용연구에 치우쳤다고 하는데 응용연구는 기초연구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논문에서 그럴 듯한 기술이라도 기존 기술과 얼마나 어울리는지, 실현 가능한지, 가격적 문제는 없는지 고려해야 할 것이 많은데 순수 과학자들이 이런 일까지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산·학·연이 항상 유기적으로 협력해야만 기술을 보는 눈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스텍에서 학부(화학)와 석·박사(물리화학) 과정을 모두 마쳤다. 2004년 3월부터 3년5개월간 미 컬럼비아대에서 박사후연구원(Post Doc.)으로 지내며 그래핀 관련 세계적 권위자인 김필립 교수와 연구했다. 2007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는 성균관대 화학부 조교수로 재직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형 장기과제인 글로벌프론티어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 타계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만든 ‘청암 과학 펠로십’ 등을 수상했다. 어린 딸 둘에게 과학자의 길을 권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딸들이) 아빠 얼굴을 거의 못 보기 때문에 과학자는 절대 안 하겠다고 한다”며 “그러나 과학기술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의미있는 일 중 하나”라고 웃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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