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스마트 SNS를 위해
“@kwa××××:아주 트위터를 악의 소굴, 괴담 유포지로 매도하느라 발광을 하시는구먼.” “@zl×××: 저 아해들은 수십년째 자신들의 수꼴리즘을 국민들에게 ‘선전선동’하고 싶어합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5일까지 9회에 걸쳐 ‘소셜 3.0시대’ 시리즈 기사를 연재하는 동안 트위터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첫회 1면에 실린 ‘트위터러 82%, SNS 뜬소문 믿는다’는 여론조사 기사엔 특히 그랬다. 이 기사를 쓴 기자의 트위터엔 차마 옮기기 힘든 욕설과 모욕의 글들이 쏟아졌다. 공통점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됐다는 지적은 없이, 오로지 감정적 성토만을 쏟아냈다는 점이다. 한 달 이상 소셜분석업체와 공동 기획·분석한 기사에 그래도 일부 트위터러는 진지한 비판과 토론을 걸어올 것으로 믿었던 기대는 무참히 무너졌다.

'인터넷 해방구' 같은 트위터

트위터러들의 반응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트위터의 특성상 그렇다. 140자로 제한된 글쓰기엔 이성과 논리보다는 감정과 직설이 먹힌다. 또 트위터는 ‘90 대 9 대 1 법칙’(이용자의 90%는 관망하고, 9%는 소극적으로 참여하고, 1%만 적극적으로 글을 쓴다)이 적용되는 소수 지배구조다. 진보와 보수가 끼리끼리만 팔로(follow·친구맺기)하고 리트위트(Retweet·글 재전송)하면서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敵)’으로 몬다.

결과적으로 수평적 소통의 광장이 아닌 사이버 쏠림으로 극단주의가 판치는 ‘인터넷 해방구’를 방불케 하는 게 한국 트위터의 현주소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최근 SNS를 떠나는 배경이기도 하다. 트위터에서 보수적인 소신을 밝혔다가 난도질 당하거나, 신상(身上)털기 등에 시달려 계정을 지워버린 기업인이나 작가 연예인 등이 한두 명이 아니다.

물론 트위터가 ‘악의 소굴’인 것은 절대 아니다. 기사에서도 소개했듯이 트위터의 순기능은 많다. 어느 매체도 따라오기 힘든 빠른 전파력으로 지난해 일본 대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나 희귀 혈액 급구와 같은 위급상황에서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자발적 기부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트위터와 700만원짜리 트럭 한 대로 시작해 1년 만에 강남에서도 손꼽히는 인기 타코 매장을 연 김현철 그릴5타코 사장(38)은 SNS마케팅의 위력을 보여줬다.

선거의 해…소통 광장 돼야

SNS가 몰고온 ‘소셜 3.0시대’는 선택이 아니다.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고 대세다. 문제는 어떻게 SNS의 역기능을 줄이고, 순기능을 극대화하느냐다. 의도적으로 루머를 돌리고, 정치적 선동에 이용한다면 SNS는 인터넷 낙서장에 머물지 모른다. 그러나 참여자들이 악성 트위터 글을 걸러내고, 건전한 토론의 장으로 가꾼다면 불통 사회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우리 손에 달렸다.

올해는 선거의 해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는 SNS를 통한 사전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최근 결정했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SNS를 어떻게 쓰느냐는 사이버 민주주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올해야말로 SNS를 이념 선동장이나 막말 도배장이 아니라 스마트한 소통의 광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이 온갖 욕을 먹어가면서도 ‘소셜 3.0시대’ 시리즈를 게재한 이유다.

차병석 정치부 차장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