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이태우 교수팀 등 그래핀 활용 면 형태 조명 개발…5년내 상용화
'자체 발광' 그래핀 벽지·커튼 나온다

국내 연구진이 ‘꿈의 신소재’ 그래핀을 활용해 면 형태의 플렉서블(휘어지는) 백색조명 시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다양한 색깔로 빛나는 커튼이나 벽지로 집을 꾸밀 수 있게 된다.

이태우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팀, 안종현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팀, 홍병희 서울대 화학부?교수팀은 이 같은 연구 성과를 내 광학분야 권위지 ‘네이처 포토닉스’에 실었다고 10일 발표했다. 그래핀을 통해 둘둘 말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디스플레이나 조명을 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은 계속 제기돼 왔으나 상용화에 근접한 제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그래핀을 통해 높은 발광 효율을 갖는 백색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제품을 먼저 만든 후 이를 토대로 면 조명을 제작했다.

보통 OLED의 전극에는 인듐주석산화물(ITO)이 사용됐다. 앞서 미 스탠퍼드대 연구진 등이 ITO를 그래핀으로 대체한 OLED 시제품을 선보인 적이 있다. 그러나 효율이 좋지 않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래핀을 필름 등 매우 얇은 막 형태로 가공할 때 생기는 높은 저항 때문이다. 이 저항 때문에 전자제품의 작동전압이 너무 높아져 현실에서는 쓸 수 없는 제품이 된다는 것이 문제였다. 연구팀은 그래핀에 특수 화학 도핑 처리를 해 면 저항을 적게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팀은 또 OLED 안에서 전하가 보다 쉽게 움직일 수 있는 방법도 개발했다. 백색 OLED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적색 녹색 파란색 유기화합물 층이 쌓여 있다. 이 층 사이로 전자(-전하 운반)와 정공(+전하)이 왔다 갔다 하면서 결합과 분리가 잘 돼야만 세 가지 층이 잘 섞여 백색 빛이 난다. 이때 음극에서는 일함수(전극에서 전자 하나를 외부로 방출시키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가 낮고, 양극에서는 반대로 일함수가 높아야 좋다. 음극에서는 전자가, 양극에서는 정공이 나오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OLED 양극에 사용한 그래핀의 일함수를 기존 4.4전자볼트(EV)에서 약 6EV까지 끌어올렸다.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개발한 OLED의 발광 효율이 102.7루멘(lm)/W(와트)로 백열등(16lm/W), 형광등(85lm/W)보다 월등히 높았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또 ITO 전극을 사용하는 OLED에 비해서도 효율이 20% 이상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태우 포스텍 교수는 “면 조명의 이상적(ideal) 형태는 커튼이나 벽지처럼 고급스러운 집을 꾸밀 수 있는 제품”이라며 “5년 안에는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이 교수뿐 아니라 포스텍 출신으로 그래핀 연구에 정통한 안종현 성대 교수와 홍병희 서울대 교수가 2년여 전부터 참여했다. OLED에 쓰이는 ITO 전극을 그래핀으로 바꾸자고 의기투합한 것이 연구의 계기가 됐다. 안 교수와 홍 교수는 그래핀을 적시에 공급하는 데 기여했다. 홍 교수는 “기존 OLED 전극 소자와 달리 그래핀은 일함수를 조절할 수 있고 수분 및 산소 차단 능력과 열 배출 능력이 뛰어나다”며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OLED 조명 시장을 그래핀으로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