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공유로 中企 매출 쑥쑥 느는데…동반성장위, 이익공유제 '밀어붙이기'
액정표시장치(LCD) TV·노트북용 디스플레이 패널에는 전력효율을 높여주는 ‘PMIC’란 반도체가 필수적으로 쓰인다. 그런데 국내에선 2009년까지 이 반도체를 생산하는 곳이 없었다. 삼성전자도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국산화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던 작년 초, 실리콘마이터스란 중소기업이 삼성전자에 공동 개발을 제안했다. 두 달간 밤샘 협업 끝에 두 회사는 PMIC 국산화에 성공했다.

수입대체 효과만 연간 125억원. 삼성전자는 그 보답으로 실리콘마이터스로부터 작년에 PMIC 900만개를 첫 구입한 데 이어 내년에는 8000만개를 받기로 했다. 실리콘마이터스의 삼성전자 거래액도 작년 100억원에서 올해 410억원으로 급증, 올해 총 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성과공유제 확산…중기 매출 쑥쑥

대·중소기업 간 자발적 상생 프로그램인 ‘성과공유제(benefit sharing)’가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성과공유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기술개발, 공정개선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여기서 얻는 원가절감액의 일부를 대기업이 현금 배분, 납품가 조정 등의 방법으로 중소기업과 나누는 제도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는 11일 ‘주요 기업의 성과공유제 추진사례 실태조사’에서 2004년 포스코가 첫 도입한 성과공유제가 올해 5월 기준으로 93개 대기업으로 확대 시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협력 대상 중소기업은 2356곳에 달했다.

중소기업들이 얻는 실익이 늘어나는 등 가시적 성과도 쌓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09년부터 2년간 협력사인 명화공업과 머리를 맞댄 결과 연비를 절감할 수 있는 전동식 워터펌프를 국산화했다. 현대차는 내년에 선보일 신차에 명화공업이 만드는 펌프를 장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명화공업은 26억원의 매출 증대 효과를 보게 됐고 22건의 특허권을 확보해 해외 진출도 가능해졌다.

한국전력과 대원전기도 ‘윈-윈(win-win)’에 성공한 케이스. 2004년까지 한전은 전봇대가 쓰러지지 않게 지표면에 고정하는 받침대를 수작업으로 설치했다. 기계를 이용하면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지만 마땅한 기술을 찾지 못했다. 그 때 대원전기가 공동 연구·개발을 제안했고 2006년 8월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한전은 기계화공법 도입으로 연간 30억원의 설치비를 줄일 수 있게 되자 비용절감액의 53%(16억원)를 대원전기에 지급했다. 포스코도 협력사인 동주산업과 제철설비의 일종인 ‘롤 쵸크’를 공동 개발해 26억원의 원가를 절감했다. 그 보답으로 포스코는 동주산업에 13억원을 지급하고 3년 장기납품 계약도 맺었다.

◆“성과공유제 더 확대해야”

이런 성과를 볼 때 기업들은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도입하려는 이익공유제보다 성과공유제를 더 확대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익공유제는 프로젝트별 협업을 전제로 하는 성과공유제와 달리 대기업이 영업이익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을 때 초과이익의 일부를 협력사에 배분하는 게 골자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이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동반성장위는 13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익공유제 도입 방안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동반성장위는 “전체회의 전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발표 내용은 정 위원장이 주장하는 초과이익공유제 개념을 그대로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초 LED조명 등 일부 품목을 대·중소기업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는 데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선정했듯 이번에도 강행할 것이란 게 재계 관측이다.

재계는 동반성장위가 도입하려는 이익공유제의 경우 협력사의 기여도를 평가하기 힘들고, 연초에 정한 목표이익을 넘는 것을 초과이익이라고 정의내리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애플과 도요타 등이 이미 이익공유제를 시행 중’이라는 동반성장위의 주장에 대해선 성과공유제를 이익공유제로 잘못 오해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등 ‘적하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이익공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동반성장위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대·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 격차는 2005년 2.8%포인트에서 작년 2.38%포인트로 좁혀졌다는 점에서다.

중소기업협력센터 관계자는 “지난 10월 성과공유제를 도입한 대기업 62곳과 협력사 79곳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성과공유제 도입으로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협력사 비중이 88.1%였다”며 “기업이 정상적으로 창출한 이익을 강제로 나누도록 하는 이익공유제는 투자 위축 등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 성과공유제

benefit sharing.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기술개발, 공정개선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여기서 얻는 원가절감액의 일부를 대기업이 현금 배분, 납품가 조정 등의 방법으로 중소기업과 나누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