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다크호스  케인 '낙마' …  美 공화당 대선 후보 '안개속'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의 대통령후보 윤곽이 잡히지 않고 있다. 첫 코커스(당원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공화당 대선후보 선출문제는 여전히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 후보로 나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을 최종주자에 대한 속단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선두로 부상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다양한 스캔들 의혹으로 혹독한 검증을 무사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등 제3후보군들은 공화당 주자들을 끊임없이 흔들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 언론은 연일 깅리치 전 의장의 선두유지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갑작스러운 깅리치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그는 많은 대형 난관들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눈에 띄는 점은 유력후보로 예상됐던 허먼 케인 갓파더스 피자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일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하겠다”며 사실상 중도하차를 선언한 것이다. 공화당 공식 선거운동의 시작인 아이오와 코커스를 불과 한 달 앞두고 나온 결정이다. 케인의 선거운동 중단은 성추문 때문이다. 전미요식업협회장 시절 협회 여직원들과의 성추문은 10월 말부터 잇따라 불거져 나왔지만 케인은 꿋꿋이 버텼다. 하지만 그는 11월28일 그의 지인 진저 화이트가 케인이 자신과 13년 동안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폭로하면서 코너에 몰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가족들의 상처는 물론 선거자금 모집도 쉽지 않자 출마를 포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케인은 “선거운동을 중단하는 것이 나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며 “다음 대통령으로 지지할 사람을 조만간 밝히겠다”고 말했다.

케인을 향한 표심의 향방이 관심거리다. 케인은 10월 중순 이후 약 한 달간 지지율 1위를 달렸다. AP통신은 케인 지지층이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에게 쏠릴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도 “내년 경선이 처음 시작되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케인 후보 표가 깅리치에게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를 의식한 듯 깅리치 전 의장은 케인의 선거운동 중단 결정발표 직후 “케인의 아이디어와 경제에 대한 신념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케인의 지지층을 가져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1월 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케인 지지층이 깅리치 전 의장과 롬니 후보에게 정확히 양분될 것으로 나타났다. 롬니 전 주지사는 “케인 지지자들은 케인의 대안이 나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인 후보가 여성인 미셸 바크먼을 지지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판도만을 놓고 보면 가장 유력한 후보는 깅리치 전 하원의장(오른쪽 사진)이다. 그는 최근 가장 유력했던 롬니 주지사를 누르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는 첫 공화당 당원대회가 열리는 아이오와주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발표된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아이오와 코커스 참가 예정자 중 33%가 깅리치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18%였다.뉴욕타임스의 여론조사에서는 깅리치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31%, 롬니는 17%, 론 폴 하원의원은 16% 순으로 나타났다. 1월 21일 당원대회가 예정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도 깅리치 지지율은 38%를 기록했다. 롬니 지지율은 22%였다.

하지만 선거 전문가들은 깅리치가 혹독한 경선과정을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는 이유와 어려운 이유를 세 가지씩 제시했다. WSJ가 분석한 깅리치의 최대 장점은 정책 이해도가 높다는 것이다. 다른 공화당 후보들이 외교 등의 분야에서 확고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말실수를 연발하는 것과는 달리 30년 정치 경력 덕에 일관되고 노련한 견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강점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처럼 정치 쟁점을 유권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는 노하우가 있다는 점이다.유권자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반면 캠페인 유세를 위한 탄탄한 조직력과 자금력이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버지니아주, 인디애나주, 앨라배마주 등 상당수 지역에서는 깅리치 전 의장을 위한 자원봉사자들이 절대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주리주에서는 주정부에 1000달러를 납입하지 못해 후보에도 오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줄기세포, 지구온난화, 건강보험개혁 등에 대해 종종 당론을 벗어나는 의견을 내는 것도 문제다. 세 번의 이혼도 약점이다. 그는 두 번째 부인과의 불륜으로 첫 번째 부인과 이혼했다. 당시 첫 번째 부인은 암투병 중이었다. 세 번째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두 번째 부인과 이혼도 하기 전에 당시 자신의 보좌관이었던 현재 부인과 불륜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윤리적 결함도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하원의장 시절인 1997년 대학 특별강좌를 열면서 지지자들에게 받은 비과세 헌금 탓에 탈세 혐의가 적용돼 조사를 받았으며 30만달러의 벌금과 의회로부터 견책 결정을 받았다. 민주당은 깅리치의 부상에 긴장하고 그의 윤리문제를 집중 공략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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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인단 확보가 승패 관건...승자독식 적용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미국 대통령 선거는 한국의 선거절차와는 다르다. 미국 대선은 대통령과 부통령을 뽑는다. 한국이 유권자들의 직접투표를 통해 다수 득표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과는 달리 미국은 선거인단을 얼마나 확보하는가가 승패를 가른다. 미국 국민은 자신이 속한 각 주의 대의원을 선출한다. 이렇게 선출된 각 주의 대의원들이 모여 미국 대통령을 뽑는다. 주가 아닌 지역은 선거인단 선출권이 없다.

50개주 중에서 메인주와 네브래스카주를 뺀 48개 주는 승자독식방식으로 선거인단을 선출한다. 해당주의 다수득표자가 모든 선거인단을 갖는 방식이다. 메인, 네브래스카주는 득표수에 따라 선거인단 수를 나누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득표수가 아닌 선거인단 수가 승패를 가르기 때문에 전체 유권자의 직접투표 득표에서는 뒤지면서도 선거인단 수에서는 앞서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가 미국 역사상 세 번 있었다.

1824년의 민주공화당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 1888년의 공화당 벤저민 해리슨 대통령, 2000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전체 득표수에서는 뒤졌으나 선거인단수에서 앞서 당선됐다.

선거인단의 수는 각 주의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을 합친 것이다. 상원의원은 각 주당 2명이고 하원의원은 인구에 비례한다. 이 때문에 각 당은 선거인단이 많은 주를 집중 공략한다.

캘리포니아주의 선거인단은 55명이지만 버몬트주, 알래스카주, 델라웨어주, 몬태나주, 와이오밍주, 노스다코타주, 사우스다코타주는 3명이다. 전체 선거인단 수는 435명의 하원의원과 100명의 상원의원 그리고 수도인 워싱턴DC에 있는 3명의 선거인단까지 모두 538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