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죽는 한이 있어도 배움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팔순을 앞둔 할머니가 대학 수시모집 전형에 합격해 화제다.

주인공은 현재 대구 달성군에 있는 '한남중ㆍ미용정보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안목단(76.실제 나이 78세) 할머니.
내년 2월 졸업 예정인 안 할머니는 최근 실시된 영남대학교 2012학년도 수시모집에서 만학도 전형으로 국어국문과에 지원서를 내 당당히 합격했다.

경북 포항에서 태어난 안 할머니는 초등학교 때까지만해도 항상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월반까지 했던 수재였지만 중학교에 원서를 낸 뒤 곧바로 터진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안 할머니는 이어 1956년 육군 소령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지만 몇년 뒤 남편이 군 작전 중 순직, 혼자서 1남 2녀를 키우게 되면서 고단한 삶의 여정에 올라야 했다.

당시 보훈청에 취직해 가사를 꾸려야 했던 안 할머니는 자녀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을 때는 아이들을 책상에 묶어두고 출근할 때도 있었다.

안 할머니는 1972년 "전몰군경 미망인들의 자활 시설이 필요하다"는 간절한 호소문을 육영수 여사에게 보냈고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는 안 할머니의 서한에 감동, 미망인 자활시설 건립 사업을 팔을 걷고 돕기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 내외까지 참여한 성금모금운동 결과 당시 120만원의 성금을 전달받았던 안 할머니는 대구 수성구 파동에 미망인들을 위한 군납용 봉제업체를 설립할 수 있었다.

초창기에 근로자가 30명에도 못미쳤던 안 할머니의 봉제업체는 현재 근로자 300여명에 연매출 110억원대로 성장했고 봉제업체 운영 과정에 생긴 수익의 일부는 전국의 전쟁미망인 가정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 등 각종 복지사업에 쓰였다.

현재 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 고문인 안 할머니는 그간 사회복지법인 미망인모자복지회를 설립하는 등 전쟁 미망인 가정을 돕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전몰군경미망인 가족들을 위해 쉴 틈 없이 달려온 안 할머니는 파란만장한 자신의 인생 역정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보고 싶은 꿈이 생겼지만 배움이 짧아 꿈을 실현시키기는 어렵다는 난관에 부닥쳤다.

고심을 거듭하던 안 할머니는 만학도들을 위한 중ㆍ고교가 있다는 말을 듣고 주저 없이 진학, 늦었지만 수십년 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학업을 이었고 이번에는 대학 입시의 관문까지 통과하게 됐다.

안 할머니는 "꿈에도 그리던 대학에 진학하게 됐으니 부지런히 공부해 앞으로 석ㆍ박사 과정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 할머니는 또 "지나온 인생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풍족한 가운데서도 공부를 게을리하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깨우침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산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du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