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늘 불확실하다…'운명'에 기대는 전문가?

박성완 증권부 차장 psw@hankyung.com
[한경데스크] 점(占)집 찾는 펀드매니저

주가가 모처럼 화끈하게 올랐다. 중국이 경기 경착륙을 막기 위해 3년 만에 지급준비율을 낮췄고, 유럽중앙은행(ECB)과 미국 영국 등 5개국 중앙은행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시중은행들에 돈을 풀기로 했다는 소식에 시장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반증일 수 있지만 일단 반응은 뜨거웠다. 증권사들은 아니나 다를까 유동성 랠리를 기대하는 분석들을 신속하게 내놨다.

증권사들은 최근 잇따라 내년 증시전망을 발표했다. 올 상반기 장밋빛 일색이던 전망이 8월 급락장에 어긋나면서 체면을 구긴 탓일까. 증권사들의 내년 증시전망은 한층 조심스러워졌다. 코스피지수가 얼마부터 얼마까지 움직일까를 내다보는 지수전망치의 상·하단은 최대 800포인트 차이가 난다. 작년 이맘 때 내놨던 올해 전망치보다 많게는 400포인트가량 더 벌어졌다. 이 정도면 “나도 예측할 수 있겠다”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이유는 ‘불확실성’이다. 유럽 재정위기 문제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의 경기흐름 등 글로벌 증시의 변수가 많고, 이 때문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지수 전망의 아래위 폭이 넓어졌다는 게 증권사들의 설명이다. 올해 연중 고점과 저점의 차이가 587포인트였기 때문에 이보다 좀 더 여유를 둔 것 같기도 하다.

증권사들은 대체로 내년 증시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증시의 발목을 잡은 악재들이 여전해 상반기엔 지지부진하겠지만, 하반기엔 나아질 것이라는 가장 ‘안전’하면서도 투자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전망이다. 사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1년 전 이맘 때 올해 증시에 대해 ‘상저하고’를 예상했었다. 결과는 4월 말 2231.47로 고점을 찍고 하반기에 오히려 떨어졌지만.

생각해보면 시장이 불확실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오죽하면 주가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는 얘기까지 나왔을까. 주가는 기본적으로 기업들의 ‘미래가치’를 반영하는데 거시경제 환경과 산업별 업황, 기업들의 개별 요인까지 수많은 변수들이 작용한다. 현재 시장의 유동성도 큰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종잡을 수 없는 게 투자자들의 심리다. CEO가 특정 정치인과 친분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기업의 주가가 며칠씩 상한가를 치는 게 시장이다. 시장의 불확실성은 일종의 디폴트(기본값)다.

지난 9월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답답한 마음에 점집을 찾았다. 난곡에 있는, 주식관련 점을 전문으로 보는 곳이란다. 8월에 증시가 폭락한 이후 방향을 잡지 못하자 역술인을 찾아간 여의도 사람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 한 증권사 지점에선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을 위해 역술로 보는 내년 경제전망과 투자유망 상품에 대한 강의 프로그램을 마련한 적도 있다. 증시 전문가들이 개인적 인생상담이라면 모를까 전공분야를 물어보러 역술인을 찾는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다.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들에게 ‘신의 영역’ 도전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억대 연봉에 걸맞게 전문가다운 통찰력과 자기 판단에 대한 소신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주가가 오르면 전망치를 올리고, 떨어지면 낮추고, 폭락장에선 “전망이 무의미하다”고 쉽게 말하는 건 너무하다. 끝으로, 난곡 역술인은 두 달 뒤면 증시가 오를 거라고 했다는데 지금 9월 저점보다 300포인트 가까이 올라왔으니 정말로 용한 걸까.

박성완 증권부 차장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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