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초월 융합 아이디어 '반짝반짝'
헬멧을 써야만 시동이 걸리고, 술을 마시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 오토바이가 있다면 어떨까. 백미러가 없는 자전거에 초음파 센서를 장착, 후방 사각지대에 위험요소가 접근했을 때 LED 경고등이 들어오는 기능을 만들 수는 없을까. 스마트 폰으로 밥을 지을 수 있고, 밥솥 혼자 세척까지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으로 그려봄직한 신개념 제품들이 ‘캠퍼스 산업융합 아이디어 공모전’에 등장했다.

상상초월 융합 아이디어 '반짝반짝'

#상상초월 융합 아이디어들의 격돌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산업융합촉진법이 6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10월6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국가 차원의 산업융합 컨트롤 타워가 될 지식경제부는 글로벌 융합 추세에 대응, 중소·중견기업의 산업융합 신제품 개발과 사업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캠퍼스 산업융합 아이디어 온라인 공모전’은 산업융합촉진법 제정을 기념하고 산업융합의 대중화, 융합인재의 육성 및 발전이라는 취지로 지난 7월 시작했다. 지식경제부 후원, 한국산업융합협회 주최, 한국경제신문 주관으로 마련된 이번 공모전은 온라인으로 대학생들의 산업융합 아이디어 발표 영상을 공모, 심사했다. 지난 24일 한국경제신문에서 치러진 결선에서는 12개 팀이 프레젠테이션 경쟁을 펼쳤다.

통신장비와 진동 장치를 융합한 시각장애인용 내비게이션, 원두 수입 과정에서의 비용 상승과 품질 저하를 해결하기 위해 물류 산업과 외식 산업을 통째로 융합한 선상 로스팅 프로세스, 자동판매기와 화장품 샘플을 융합한 상품까지 반짝거리는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이동욱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정책과장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산업융합의 의미가 대중적으로 인식되고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륜차 안전성 높인 아이디어

대상은 ‘이륜차 운행안전 시스템’을 소개한 목원대학교 ‘우리가 제일 잘나가’(안동혁, 박순형, 김영민, 김진성, 이진아)팀에 돌아갔다. 이들은 교통사고 중 이륜차 사고율이 21.3%를 차지함에도 안전장치는 자동차보다 부족해 큰 피해가 발생한다는 사실에서 이번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아이디어의 핵심은 각종 센서들에 있다. 오토바이 헬멧 내에 압력센서와 스마트 키, 알콜 센서를 장착하고 오토바이에는 충격센서, 초음파센서를 장착했다. 이런 센서들은 자동전압 조정기(AVR)와 전자제품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칩(MCU)을 통해 근거리 무선 기술인 블루투스로 오토바이를 제어한다. 헬멧에 장착된 알콜 센서는 운전자의 음주상태를 감지해 시동 자체가 걸리지 않도록 설계됐다. 헬멧의 압력센서가 자극받지 않을 때에도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오토바이 교통사고는 모두 3091건. 74명이 사망하고 3677명이 부상했다. 사망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40명(54%)은 주행 중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를 당했다. 그러니 헬멧을 쓰지 않으면 오토바이를 아예 운전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오토바이에 탑재된 초음파센서도 안전장치 중 하나다. 오토바이에는 백미러가 없기 때문에 뒤쪽의 안전 상태를 파악할 수 없다. 이들이 후방에 장착한 초음파센서에 물체가 다가오면 앞쪽에 장착한 LED에 불이 들어온다. 물체의 접근 정도에 따라 파랑, 초록, 빨간색의 단계별로 LED가 켜진다.

사고가 난 경우에는 오토바이의 충격센서가 감지, 블루투스를 통해 저장돼 있던 가족의 휴대폰과 구급대로 사고 발생 문자와 GPS값을 보내게 된다. 사고가 난 장소를 신속하게 파악해서 인명 피해를 줄이고, 사고처리나 사고자료 조사에도 신속성과 정확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은 아이디어를 실제로 개발했다. 자전거에 해당 센서들을 부착해 기능들이 현실적으로 구현되는 동영상을 공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발표를 맡은 안동혁 씨는 “이 아이디어를 의무화하면 이륜차 사고율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밥솥의 진화, 금상 아이디어

금상은 1인 가구를 위해 지능형 전자밥솥 아이디어를 제시한 한양대학교의 ‘밥버전스(BABVERGENCE: 박종혁, 이슬비, 유원준)’팀이 수상했다. 이들은 1~2인 가정과 국내 스마트폰 수요의 급격한 증가에 맞춰 국내 IT기술과 전자제품기술을 융합시킨 ‘집밥(ZIPBAB)’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밥솥을 제시했다.

이 밥솥은 스마트 폰의 앱과 연동돼 외부에서 취사명령을 내리는 것은 물론 곡물 선택까지 가능하다. 밥솥 내부에 곡물 보관함이 칸칸이 내장돼 있어 콩이든 쌀이든 선택하는 대로 밥통 안으로 들어간다. 물을 공급하는 호스도 밥솥에 연결돼 있어 곡물과 같이 공급된다. 홀로 사는 직장인이 퇴근길 지하철에서 취사를 시작해 집에 도착하면 갓 지은 따끈한 밥을 먹는다. 그 사이 비워진 밥솥은 혼자 물을 끓이며 세척과 살균을 스스로 한다. 혼자만의 삶을 즐기지만 따뜻한 집밥을 그리워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아이디어다.

결선 심사위원장을 맡은 강남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부원장은 “인공지능형 밥솥을 구현하려면 기술적인 면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과감하게 질러보는 젊은이다운 아이디어는 분명 필요하다”며 “자신이 가진 지식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충분한 상상력과 과감함을 발휘하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현미 심사위원(KT 전무)은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영감을 받는 자리였다”며 “세계적인 트렌드를 읽을 수 있도록 시야를 넓히면 더 좋은 융합 아이디어가 나와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심사평을 밝혔다.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