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선플로 가득한 세상
세상의 관심과 사랑을 받던 연예인들이 악플과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자주 접한다. 쓴소리는 녹을 벗기는 숫돌과도 같다. 잘못된 일에는 쓴소리를 아끼지 말아야 하고,건전한 비판도 필요하다. 자유로운 의사표현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국가인 우리 사회의 이면에는 악플이 너무나도 쉽게 용인되고 있다.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는 말이 돌 정도로 우리 사회는 악플에 대해 둔감하다.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하는 성숙한 댓글문화도 절실한 때다.

정보의 바다,인터넷 세상에 욕설과 비방이 범람하는 것을 바라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지만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은 비수가 되어 상대의 가슴에 꽂힌다. 글도 마찬가지다. 홧김에,심심해서,재미로 남긴 악플은 상대의 마음에 영원히 남는다. 키보드를 떠난 악플은 시위를 떠난 화살과도 같다. 몸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치유될 수 있지만 마음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남을 해치는 말이 있다면 남을 살리는 말도 있다. 바로 선플이다. '선플'은 '착할 선(善)'과 '리플(Reply)'이 더해진 신조어로 용기와 희망을 주는 아름다운 댓글을 뜻한다. 작가 이외수 씨가 작년 신년인사로 전한 '리플만복래 선플만사성'처럼 자유로운 소통의 공간인 인터넷을 격려와 칭찬하는 말로 가꾸어 나가면 어떨까. 선플이 많을수록 삶은 더 밝고 행복해질 것이다. 그림자를 바라보면 항상 어둡지만,돌아서서 바라보는 태양은 따사롭고 눈부시다.

선플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칭찬과 격려를 통해 좋은 일과 슬픈 일을 함께 공유하며,따뜻한 정을 전달한다면 힘든 사람은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자신의 기쁨과 슬픔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서로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타인에게 힘을 줄 수도 있고,희망을 줄 수도 있다. 수많은 악플을 덮어버릴 만큼 우리 사회에 가득한 선플을 통해 공동체 정신과 따뜻한 정을 되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 선플의 힘이 필요할 때다. 내 입과 손을 떠나 다른 이에게 전해지는 말과 글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말을 하고,글을 남기는 것은 순간이지만,그에 대한 책임은 크고,오래도록 가져가야 한다.

자신과 상관도 없는 연예인을 욕하고,안면도 없는 상대방을 무작정 비난하기보다는 비난은 정제된 언어로,악담은 축복으로 바꿔보자.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에게는 따뜻한 격려와 위로를,감동적인 선행을 행하고 나눔을 실천한 분들에게는 칭찬과 박수를 보내보자.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마음과 세상의 온도를 더 따뜻하게 해 줄 것이다.

전현희 < 국회의원 elysiaj@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