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자서전엔 30%만 담았다"
학력 위조와 스캔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씨(39 · 사진)가 대학 강단이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3월 이른바 '신정아 사건'의 전말과 자신의 심경을 담은 자서전 '4001'을 출간한 지 8개월 만이다. 신씨는 14일 오후 1시부터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의뢰인이 보는 나쁜 법률가와 좋은 법률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은 이 대학원 김지수 교수가 책 출간 직후부터 요청해오던 끝에 어렵게 성사됐다.

신씨는 이날 강연을 통해 "2007년 재판 과정의 그 끔찍한 기억 속에서 좋은 법률가와 나쁜 법률가를 명확하게 구분하게 됐다"며 "세상에는 의뢰인보다는 돈과 자신의 명예만 밝히는 변호사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자신을 끝까지 변호해준 법무법인 바른의 김재호 변호사처럼 "의뢰인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적절하게 대응해주는 좋은 변호사를 만나 다행이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날 자신이 직접 그린 만화컷 등을 슬라이드로 보여주며 2시간여에 걸쳐 강연했다. '검사는 조폭?'이라는 소제목 아래 검사들을 아귀같은 무서운 존재로 묘사해 당시의 검사에 대한 몸서리치는 기억의 일단을 드러냈다. 또 '정의의 사도들 판사?''여우 꼬리가 달린 변호사' 라는 표현을 써가며 법조계에 대한 깊은 불신을 나타내기도 했다.

신씨는 자신의 자서전과 관련해서는 "밝히고 싶은 이야기의 30%가량밖에 담아내지 못했다"며 "그러나 못다 말한 나머지 70%는 가슴에 묻고 살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얼마 전 출판사로부터 종합소득세가 4년간 미납됐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세무서에 나의 유명세를 들어 고의 탈세 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입증하기도 했다"며 "과거의 아픈 기억을 치유하기 위해선 시간이 약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술기획서를 출간하기 위해 집필 중이며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만족하며 행복하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피의 사실을 공표하는 등 수사 과정에 문제가 많지 않았느냐"는 학생들의 질문에는 "검찰이 객관적 진실 규명보다는 중형을 내리는 데만 급급하면서 검찰개혁의 빌미를 스스로 만들고 있다"며 '편견 없이 진실을 파헤치는 공명정대한 검찰로 거듭날 것'을 주문했다.

강연을 주선한 김 교수는 "신씨 사건이 처리되는 법적 절차와 과정 속에는 예비 법조인들에게 타산지석이 될 만한 사례가 많다"며 "이번 강연은 학생들이 장차 의뢰인에게 봉사하는 법률가로서의 자질을 갖추는 데 도움을 주고자 마련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