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열정 · 경륜 짝맞춰야 시너지… 조화 의미 되새길때
세대간 갈등이나 분열의 근원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헤매는 유럽 청년들의 항의가 단순한 시위차원을 넘어 폭동 수준으로까지 변질된 것이 이를 잘 설명한다.

미국의 금융중심자 월스트리트에서 젊은층의 불만이 폭발한 것도 마찬가지다.

젊은 세대는 일자리 부재를 기성세대 탓으로 돌린다.

미래가 불안하니 과거의 가치는 조롱의 대상이 되고 혁신적인 뭔가를 원한다. 유권자 표를 노린 정치권의 겉만 번지르르한 인기 슬로건이 먹혀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는 조화의 예술이다.

사회 계층간 또는 집단간 갈등을 조정해 공동체의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것이 정치인들의 역할이다.

대처 전 영국총리가 영국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나라를 재건한 것이나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이 갈기갈기 찢겨진 국가를 통합해 세계 최강 국가의 기초를 세운 것은 정치인의 리더십이 어떠해야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반면 지도자의 자질이 의심스러운 정치인도 많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드는 그리스 총리다. 그의 행보를 보면 나라의 위기는 안중에 없는 듯 보인다.

유로존 국가들이 진통끝에 그리스 지원안을 마련해 세계 금융시장을 조금 진정시키자 그는 뜬금없이 구제금융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선언, 글로벌 증시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금융시장 반응에 이틀 만에 이를 번복했지만 그의 리더십은 치명상을 입었고 퇴진은 시간만 남은 상태다.

모든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할 상황에서 총리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국민투표라는 꼼수를 쓰려다가 결국 목숨(총리직)만 단축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문제는 우리사회에도 ‘한국판 파판드레우’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불과 몇년 전 자신들이 밝혔던 소신을 뒤집고 길거리에 나와 괴담수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불가 논리를 펴는 정치인들, 예산 확보 방안은 생각하지도 않은 채 무상복지라는 달콤한 슬로건으로 유권자들을 현혹하는 정치인들은 모두 한국판 파판드레우들이다.

국가의 장래보다는 자리 유지에 급급한 이들은 파판드레우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장 선거에서 세대간 인식 차이가 크게 나타난 것은 경제적인 문제가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년실업률이 6% 이상에 달하다 보니 대학생 등 젊은층의 불만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정규직으로 취업을 하지 못해 비정규직으로 이 회사 저 회사를 떠돌아다니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학창 시절에 가졌던 꿈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다 보니 젊은층의 불만이 커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불만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entitlement)’를 누리지 못한다고 착각해서 외부에 분출될 때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나라 빚이 많은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 국민들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줄어든다며 거리에 나와 집단 시위를 하는 것을 보면 그들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사회에 대한 불만세력이 커지면 기존 정당과 정치인들보다는 새로운 인물에게 의지하려는 욕구가 커진다. 이런 태도는 정치 안정성을 약화시키고 정권 교체 가능성을 높인다.

그러다 보니 선거에서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으로서는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기보다 당장 투표자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단기적인 인기 정책을 선호하게 된다.

인기영합적 정책은 한번 시행되면 혜택을 받는 집단의 반발이 커 철회하기가 어려운 특성이 있다.

그래서 집단간 계층간 갈등은 더 커지고 양보와 배려라는 미덕은 사회에서 사라지게 된다.

말하자면 사회가 동맥경화증 같은 병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공공선택이론으로 유명한 맨커 올슨은 사회적 동맥경화증이 전쟁 혁명과 같은 변혁으로만 치유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역시 동맥경화증 치료를 위해 전쟁이나 혁명을 일으킬 수 없지 않느냐고 부연한다.

포퓰리즘이 몰고 오는 사회적 병폐는 그만큼 고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젊은이들이 희망을 갖도록 해야 한다. 희망의 씨앗은 일자리다.

일자리로 곳간이 채워지면 배려라는 도덕심도, 관용이란 미덕도 함께 자란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일할 자리가 있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때 사회는 갈등이 줄어들 뿐 아니라 도덕적이 된다.

벤저민 프리드먼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경제성장의 미래’에서 성장은 사회를 선(善)하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생글생글 313호 커버스토리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자세히 다뤘으니 참조하세요!)

갈등의 시대에 젊은 세대도 책임과 역할이 있다. 젊은 세대의 열정은 국가를 발전시키는 싱싱한 에너지다.

하지만 열정이 지나치면 합리와 이성은 뜨거운 열정에 녹아버린다. 가슴은 뜨거워도 머리는 냉정해야 한다.

합리와 이성을 바탕으로 한 냉정함은 학창시절 다양한 독서와 토론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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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과 용관으로 '사회병' 치유

대처·링컨 리더십의 재조명


[Cover Story] 열정 · 경륜 짝맞춰야 시너지… 조화 의미 되새길때
갈등의 시대에 대처와 링컨의 리더십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철의 여인’으로 불린 대처 전 영국총리는 1979년 집권즉시 저비용·고효율로 경제구조를 전환시켰다.

당시 영국은 과도한 사회복지, 노조의 막강한 영향력, 만성적 임금상승, 생산성 저하라는 총체적 병을 앓고 있었다. 1976년에는 IMF의 금융지원을 받는 굴욕적인 상황에까지 몰렸다.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희생해야했지만 서로 상대방에게 삿대질만 해댔다.

대처는 인기를 얻기보다 국가를 선택했다. 재정지출을 과감히 줄이고, 무사안일한 공기업을 민영화했다.

규제도 대폭 완화해 경쟁을 촉진시켰다.

1979년부터 10년간 국영기업 50여곳이 민영화되면서 공무원은 10만명 이상 줄었다. 탄광노조의 파업으로 실업률이 치솟았지만 대처는 특정 집단의 권익보호를 외면했다.

그의 소신있는 리더십은 중병을 앓던 영국을 글로벌 경제대국으로 변신시켰다.

“우리 모두는 링컨을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자로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말이다.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강대국의 초석을 다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은 통합 겸손 관용으로 유명하다.

내란으로 갈기갈기 찢어진 나라를 하나로 묶어낸 것은 통합의 리더십이요, 거듭된 실패를 늘 자신의 부족함으로 돌린 것은 겸손의 리더십이다.

그는 원수를 친구로 만드는 관용의 리더십도 보였다. 링컨은 대통령이 되자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평생 괴롭힌 정적 스탠턴을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원수는 죽여서 없애는 게 아니라 마음 속에서 없애야지요, 이제 그 사람은 나의 적이 아닙니다. 나는 적이 없어져서 좋고, 그처럼 능력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좋고 일석이조 아닙니까?”

대처와 링컨의 리더십은 인기영합주의를 배척하고 오직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정치적 소신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