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장품 - 서유열 KT 홈부문 사장의 마라톤복·신발
포기 없는 42.195㎞…국제대회 출전권 딴 '올레 철각'

"2005년 처음 마라톤을 시작해 만 6년 동안 풀코스 11번,하프마라톤을 20번 뛰었습니다. 끝까지 완주하면서 도전과 성취를 맛보았죠.뛰면서 입고 신었던 마라톤복과 신발,그리고 기록증서가 제겐 무엇보다 소중한 것입니다. "

서울 서초동 KT 올레캠퍼스에 있는 서유열 KT 홈고객부문 사장(55)의 사무실 창가에는 춘천국제마라톤,경주마라톤 등 정규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사진과 기록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마라톤 선수들도 42.195㎞ 풀코스를 1년에 2회 정도만 완주한다고 하는데 서 사장은 연 평균 1.8회 이상 완주했으니 준선수급인 셈이다.

서 사장의 풀코스 최고기록은 2008년에 세운 3시간32분29초다. 3시간35분 내로 들어와야 '마라토너들의 꿈'인 보스턴 국제마라톤 대회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이 기록을 작년에 공인받으면서 서 사장은 올해부터 보스턴 마라톤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올해는 너무 바빠서 출전하지 못했는데 내년엔 가고 싶죠.그런데 가려면 1주일 휴가를 내야 하니 사실 어렵습니다. 허허."

마라톤이 취미이자 특기이다 보니 그의 애장품은 모조리 마라톤과 관련된 것이다. "두 번만 완주해도 신발 뒤가 닳아요. 돈 아낀다고 그거 그대로 신고 나가면 무릎에 무리가 오죠.마라톤을 제대로 하려면 신발도 자주 바꿔줘야 합니다. 그동안 신고 뛰었던 뉴밸런스 마라톤화를 보관하고 있는데 스무 켤레가 넘습니다. "

그의 마라톤복은 KT의 변천사를 그대로 담고 있다. 2005년 처음 출전할 때 입었던 마라톤 웃옷에는 '네스팟(Nespot)'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KT가 당시 와이파이망인 네스팟을 전국에 깔았기 때문이다. IPTV 서비스를 시작한 2007년에는 마라톤복에 메가TV라는 단어를 프린트했다. 2008년 옷에는 당시 KT의 캐치프레이즈인 'Life is wonderful',2009년에는 'Qook',그리고 작년에는 '올레 KT'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서 사장은 왜 이렇게 열심히 뛰는 걸까. 어릴 적 유달리 몸이 약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숨을 쉬지 않아 가족들이 죽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죠.한참 누워 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났습니다. 그 뒤로 운동을 열심히 했죠.10년 동안 태권도를 해 3단까지 땄고,대학 입학 후 지금까지 35년간 거의 매주 등산을 했습니다. 지리산 종주를 10시간 만에 끝낸 적도 있죠.등산으로 단련한 체력 덕분에 마라톤 완주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그는 2005년 기업고객 본부장에 오르면서 멀리 있는 산을 찾아 등산하기가 어려워 마라톤을 시작했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할 정도로 힘든 마라톤을 계속 하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다. "작년 춘천국제마라톤대회에 나갔다가 35㎞ 지점에서 발에 쥐가 나서 쓰러졌습니다. 물을 안 마시고 좀 오버페이스했더니 바로 쥐가 나더군요. 한 시간 동안 꼼짝 못하고 누워 있었습니다. 진행요원들이 들것에 실어 트랙 밖으로 데리고 가려고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죠.기록이 한시간 늦어지긴 했지만 다시 일어나서 끝까지 뛰었습니다. "

흔히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하곤 한다. 서 사장은 그 이유를 실감하고 있다. "35㎞ 구간을 통과하면 무아지경에 빠져듭니다. 몸 속의 에너지가 다 타고 달리던 관성으로 앞으로 나가는 거죠.이때쯤 되면 표현하기 힘든 쾌감마저 듭니다. 마치 인생을 좀 살아봐야 의미를 아는 것처럼 말이죠.힘들고 지쳐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달려야 한다는 것.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그래서 마라톤을 인생이라고 하나 봅니다. "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