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세대 경제적 기대치 높아져…사실·진실 알려야 포퓰리즘 막아

복거일 < 소설가·객원논설위원 >
[다산 칼럼] 비현실적 기대는 '울분'을 부른다

서울 시장 선거에서 여당 후보는 예상보다 훨씬 큰 차이로 무소속 후보에게 졌다. 보수적 시민들은 크게 낙심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가 그렇게 충격적이었던 만큼,이번 선거는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가장 중요한 정보는 젊은 세대들이 품은 불만이 일반적으로 인식된 것보다 훨씬 거대하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맞은 경제적 어려움이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 자체는 놀랄 일이 아니다. 모든 선거들은 궁극적으로 경제 상태에 좌우된다.

주목할 것은 젊은 세대들이 기대하는 경제적 수준이 비현실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자식 둘을 대학에 보낸 40대 가장이 비싼 학비를 불평하면서 그것 때문에 무소속 후보를 지지했다는 토로(吐露)는 전형적이다.

대학 교육은 원래 돈이 많이 든다.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말이 가리키듯,예전에도 그랬다. 미국에서 대학생들이 진 빚이 거품의 수준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말하듯,다른 나라들도 그렇다.

내 자식들을 꼭 대학에 보내겠다는 부모 마음이야 공감하지만,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불평은 다른 사람들이 낸 세금으로 어려움을 덜겠다는 생각을 넘어서지 못한다. 이처럼 당사자가 비용을 부담했던 혜택을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entitlement)'로 여기는 경향이 점점 심해진다.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분노는 물론 정부로 향한다. 그들에겐 어떤 정부도 그들이 바라는 것을 해줄 힘이 없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경제적 현실에 맞춰 정권의 경제적 성취를 평가할 마음도 아예 없다. 그저 자신이 바라는 삶을 정부가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연히,이제는 어떤 정권도 시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 그리고 성난 시민들은 투표를 통해 자신들의 절망과 울분을 드러낸다. 익숙한 정당들과 정치인들에게 기대를 걸 수는 없으므로,그들은 새로운 사람들에게 기대를 건다. 많은 사람들이 "만일 박원순 후보가 민주당으로 나왔다면,그를 찍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을 절망적 상황에서 구원해 줄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미지의 인물을 고른 것이다. 복권을 사는 심정으로 가장 갖추기 힘들다는 정치적 지도력(指導力)을 기대한 것이다.

이런 비현실적 태도는 정권의 안정성을 줄이고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아울러,무조건 시민들의 환심을 얻어야 하는 정치인들로 하여금 민중주의(populism)로 점점 깊이 빠지게 만든다. 모두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주장하므로,지대(地代) 추구는 점점 노골적으로 된다. 그래서 사회는 동맥경화증에 걸리고 정부나 정당은 합리적 정책을 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이런 추세는 사회가 원숙해지면 필연적으로 나온다. 공공선택이론으로 유명한 미국의 경제학자 맨커 올슨은 그런 사회적 동맥경화증이 전쟁이나 혁명과 같은 근본적 변혁으로만 치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일부러 전쟁이나 혁명을 일으킬 수는 없지 않느냐고.근본적 개혁을 시도한 5 · 16 군부 정변이 일어난 지도 반세기가 지났으니,우리 사회도 동맥경화증이 심할 수밖에 없다.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믿음을 지닌 사람들에게 열린 길은 사람들이 합리적 판단을 하도록 사실과 진실을 계속 가르치는 것이다. 시원스러운 대책은 못 되지만,그래도 그것이 유일한 길이다.

실은 희망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사람은 어리석지만 바보는 아니다. 버트런드 러셀의 말대로,성인만이 진정한 자기이익을 알아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사실과 진실을 외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야,이 칼럼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복거일 < 소설가·객원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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