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손해보험사들이 2011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 자동차보험 사업에서 1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로 갈수록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보사들이 올해 자동차보험료를 내리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등 14개 손해보험사는 2011회계연도 상반기에 자동차보험에서 1천8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자동차보험은 지난 4월에 72억원 적자를 낸 뒤 5월에 9억원의 흑자를 보였으나 6월에 227억원 적자로 반전됐다. 특히 지난 7월에는 폭우로 인한 대규모 차량 침수로 563억원의 적자를 봤고 8월에도 230억원 적자였다. 2000회계연도 이후 누적 적자만 6조7천332억원에 달한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상반기 평균 73.4%로, 80%대 수준이었던 2010회계연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적정손해율(71% 수준)을 2.4%포인트 초과하고 있다.

앞서 손보사들은 지난 2007회계연도에 손해율이 70.2%로 적정손해율보다 개선되자 2008년 하반기에 보험료를 내린 바 있다. 따라서 2011회계연도 손해율이 71% 이상을 기록하는 한 손보사들이 보험료 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비업계가 정비 요금 인상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진료비도 2.8% 인상되는 등 하반기에 보험원가 상승 요인이 내재한 점도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걸림돌이다. 문제는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 적자에도 전체 영업으로 볼 때는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들은 이 수익을 자동차보험료 인하로 사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6개 대형손보사는 2011회계연도 상반기에 1조1천5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삼성화재가 4천827억원, 동부화재가 2천212억원, 현대해상이 2천204억원, LIG손해보험이 1천7억원, 메리츠화재가 916억원, 한화손해보험이 3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들 보험사는 전년 동기보다 70∼120% 정도 순익이 늘었다.

하지만 손보사의 투자수익으로 발생한 이익을 자동차보험료에 반영하는 것은 보험료 산정원리에 어긋난다는 고민거리가 있다. 현재는 투자 부문에서 수익이 나고 있으나 향후 손실 발생시 그 부담을 자동차보험료에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손보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보험료를 내리라는 요구가 있지만 자동차보험 부문만 떼어놓고 보면 적자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투자 수익으로 발생한 이익을 보험료 인하에 반영하라는 주문도 있으나 이 또한 보험료 산정원리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난감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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