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층부의 병이 깊다. 정치인, 법조인, 고위 관료 등이 다 그렇다. 의리는 조폭을 뺨치고, 전관예우 커넥션이 뿌리를 넓혀 간다. 교수 의사 언론인 등 지식인 사회에서도 시민정신은 사라지고 마당발들만 활개친다.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사회 개혁은 뒷걸음쳤다. 보수는 기득권 아니면 부패와 동일시되고 말았다. 선거는 그 결과일 뿐이다. 좌익 선동이라고 본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1. 오렌지, 마당발부터 몰아내라

무엇보다 정치가 질환의 근원이다. 국회의원들은 이익단체의 포로가 돼 청부 입법, 품앗이 입법으로 쓰레기 같은 법들을 찍어낸다. 18대 국회에 접수된 법률안이 무려 1만2200여건이다. 이 가운데 의원입법이 87%나 된다. 이 중 절반을 넘는 법안이 계류상태인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국회가 만든 법이 엉터리라며 반발하는 헌법소원이 급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원들은 비리를 저질러도 퇴출되는 법이 없다. 동업자 의식으로 똘똘 뭉쳐있어서다. 저축은행 사태, 청목회 로비사건, 약사법 반대 같은 일들이 반복되는 이유다.

유권자들은 이명박 후보를 찍으면서 활기찬 시장경제를 선택했지만 정작 권력을 쥔 것은 과거 민정당 같은 냄새나 풀풀 풍기는 낡은 세력들이었다. 이들 주변에 기회주의 정상배들이 들끓고, 배타적인 기득권이 구축되고, 닫힌 사회가 되면서 청년 세대들은 절망에 빠지고 만 것이다.

사회불만이 높아지자 때마침 세금이 잘 걷힌다는 것을 알게 된 지도부가 반값 등록금으로 떡고물이나 던져주는 치졸한 수법을 쓰는 것이 전부다. 그래서 돈 쓰고 욕을 먹는다. 이런 수구 정치세력의 청산 없이는 결코 활기찬 시장경제를 만들 수 없다. 이번 선거전에서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결같이 엄친아들이요, 기회주의 출세자들 같다는 트위트 글들이 나왔던 이유다. 이런 상황이니 국민들의 마음이 움직일리 만무하다.

2. 로펌 등 법조를 개혁하라

로펌들도 문제다. 이들은 퇴직 공직자들을 한데 끌어들여 정계 관계 법조계 재계 등에 파워를 행사한다. 퇴직 관료들은 로펌의 고문 등을 거쳐 다시 권력계에 회전문을 밀고 잇달아 들어선다. 전관예우가 맹위를 떨치고 이들의 자녀들은 공공기관이나 금융회사들의 인턴 자리를 싹쓸이한다. 그러니 청년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부 대형 로펌은 정권과 관계없이 매년 퇴임 장관들이 들어오고 새 장관들이 배출되는 이 나라 최고의 인력 뱅크로 자리잡았다. 이들은 커튼 뒤에서 암약한다. 정의가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어진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런 분야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개혁을 시도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3. 관료들의 국가를 부수어 내라

관료들의 천국이 된 지 오래다. 철학과 소신이 아닌 연줄과 관계가 부활하고 있다. 모피아는 한번 모피아는 영원한 모피아라며 제 식구를 감싸안는 식이고, 지경부 등에는 지금도 산하기관이 꾸역꾸역 늘어나 전직 관료들의 자리를 채워준다. 반기업 정서가 높아지고 규제 입법이 많아질수록 이들의 할 일도 늘어나는 구조다. 경제 단체장들이 모여 사진을 찍으면 전직 관료출신들이 대거 등장하는 웃기는 풍경이다. 금융계는 더할 나위가 없다. 업자들의 모임인 협회장 대부분이 관료 출신이다. 영혼이 없다는 관료들의 천국이 됐어도 대통령은 이런 유형의 측근을 더욱 중용한다. 동반성장이니 이익공유제니 하며 공권력을 동원해 사업영역과 이익을 나누고, 백화점 입점업체 수수료를 내리라고 압박하는 것들이 모두 전직관료들의 일감을 만들어낸다. 압력이 강할수록 점수를 많이 따서 좋고 기업들엔 은전을 베풀 여지가 커지니 훗날 자신의 등도 따뜻해진다. 자유시장의 영역은 더욱 줄어들고 정치와 부패가 영역을 넓히는 것이 모두 이 때문이다.

4. 보수의 진정한 가치 되살려라

보수는 자신의 삶과 행복을 스스로에게서 구하는 자기책임의 정신을 기본 가치로 한다. 이런 정신이 무너지고 정부에 기대고 모든 것을 사회탓으로 돌리는 사회주의적 풍조가 만연한 것은 좌파의 선동 때문이 아니다. 보수가 그 가치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얄팍한 정치공학적 계산이 아니라 보수의 진정한 가치를 재확인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호를 포퓰리즘에서 구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