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노리면 8강은 기본…협상 목표 높을수록 성과도 크다
컴퓨터를 제조한 경험이 없고 컴퓨터 공장도 없는 회사가 컴퓨터를 제조해서 공급할 테니 주문을 달라고 하면 뭐라고 대답할까.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은 1972년 조선소 건설 자금을 빌리기 위해 소나무와 초가집이 보이는 울산조선소 건설현장 사진 한 장만 달랑 들고 영국 바클레이즈은행을 방문했다. 은행장은 “도대체 배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거냐”고 반문했다. 이 말은 들은 정 회장은 500원짜리 한국돈을 보여주면서 “여기 있는 그림이 거북선인데, 한국인은 조상 대대로 배를 만드는 재능이 있으니 주문만 한다면 반드시 배를 만들어서 인도하겠다”고 말해 자금 차입에 성공했다. 협상에서 당장 눈앞에 있는 조건만 갖고 딜을 하기보다는 미래 비전을 제시,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면서 협상할 때 상상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협상 목표는 매우 높게 설정하라

한국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에 오르기 위해 같은 조의 3개 팀을 상대해야 했다. 언론과 축구인들은 그리스는 무조건 이기고, 아르헨티나는 힘겨운 상대고, 나이지리아와 비기는 것 이상을 하면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고 최면에 걸린 듯 외쳐댔다. 결과는 예상대로 나왔다. 1승1무1패로 16강에 진출했다.

이 사례에서 우리는 ‘협상은 상상을 현실화시키는 마력과 같다’는 점을 터득해야 한다. 신념을 가지면 목표를 향해 가고, 이는 곧 결과로 이어진다. 한국은 16강이 아니라 8강에도 오를 수 있는 전력을 갖췄음에도 8강전에서 패했다. 협상은 자기 최면과 긍정적인 심리가 중요하다. 협상 목표도 높게 잡아야 한다. 한국 축구가 8강 이상의 목표를 갖고 좀 더 강한 자신감과 정신력으로 대회에 임했다면 8강 이상의 목표를 이뤘을 것이다.

#여자와 남자는 동산인가, 부동산인가

세상의 재산은 동산(動産)과 부동산(不動産)으로 나뉜다. 옷 금반지 가방 등은 동산이고 아파트 토지 임야는 부동산이다. 그러면 자동차 선박 비행기도 움직이니까 동산이 아닐까. 아니다. 부동산은 재산의 소유를 국가기관에 법적으로 등록해야 소유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면 여자와 남자는 동산인가, 부동산인가. 움직이니까 동산일까. 그러나 결혼한 사람은 국가기관에 혼인신고가 돼 있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한다. 그러므로 부동산이다. 연애를 10년 해도 ‘내 여자’ ‘내 남자’라는 증거가 없다. 협상에서 아무리 말로 잘 진행하고 있어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결론이 난다. 협상을 부동산 소유권 양도로 생각하고 최종적으로 도장을 찍어 확인하고, 때로는 공증을 받아야 협상이 마무리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총각과 처녀는 동산이므로 어디로 가도 자유다.

#빅 바이어는 축복인가, 재앙인가

자식도 품안에 있을 때 자식이고, 남편도 집에 있을 때 남편이란 말이 있다. 필자가 어느 수출기업의 무역업무 컨설팅을 하고 있을 때 어느 빅 바이어가 그 회사 매출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을 주문했다. 필자가 회사 대표에게 조언하기를 빨리 다른 중소 규모의 바이어를 확보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회사는 빅 바이어의 요구에만 집중하다 어려움에 처했다. 빅 바이어가 그 회사보다 값이 싸고 품질은 비슷한 다른 나라의 공장을 확보, 어느 날 갑자기 떠났기 때문이다.

삼성과 애플도 마찬가지다. 애플이 빅 바이어지만 결국은 언젠가는 떠나갈 수도 있다는 점을 각오하고 협상해야 한다. 빅 바이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더 좋은 거래처를 찾고 있다. 그러므로 빅 바이어에게 핵심 정보와 기술을 노출시키지 말아야 한다. 빅 바이어는 축복인 동시에 잠재적인 재앙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알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능력있는 남자에게 멋진 여자들이 다가가듯이, 빅 바이어에게는 서로 좋은 조건으로 수많은 물품 공급자가 거래를 요청한다. 협상에서 방심은 금물이다. 열애를 하다가도 연인이 떠나듯이 영원한 바이어는 없다.

#불륜도 로맨스라고 생각하라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농담이 있다. 협상이 어려운 것은 상대방의 시각으로 관찰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에서 내가 살 때는 항상 가격이 높고, 팔 때는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다. 협상 상대방은 관점이 다르다. 자신의 처지에 따라서 입장이 바뀐다. ‘불륜의 여인’을 ‘로맨스의 여인’으로 생각하고 협상을 하면 결과가 좋아진다. 상대방 입장에서 협상에 접근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협상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탁구 서브의 구질을 모르면…

한국에서 열린 탁구 국제대회에서 필자가 한국 선수에게 질문을 했다.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입니까.” 한국 선수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답변하기를 “바로 앞에서 넣는 서브의 구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겠습니다.” 중국 선수의 서브가 회전 서브라고 생각하고 보면 커트 서브이고, 커트 서브로 생각하면 무회전 서브라는 것이다. 탁구에서 서브 파악이 안 되면 이기기 힘들다.

협상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오판하고 임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상대방의 의도는 무엇이고, 상대의 협상 카드에 나는 어떤 카드로 대응할 것인가를 연구·분석해야 한다. 협상은 내 카드를 제시하기 전에 상대방 카드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다. 자신의 능력으로 파악이 안 되면 제3자의 관찰력을 통해 조언을 듣는 것도 방법이다. 스포츠에서 감독이 작전타임을 부르는 이유다.

#애인을 여러 명 두어라?

연애를 하면서 가장 황당한 경우는 애인이 다른 이성을 찾아 떠나는 경우다. 국가기관에 등록(결혼)하기 전에는 속수무책이다. 다소 현실성 없는 얘기지만 애인이 여러 명 있으면 한 명이 떠나도 다른 애인을 만나면 된다. 협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전략은 대체안을 갖는 것이다. 협상을 단일 카드로 추진하면 불리한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 협상에 임하면서 상대방에게 거부당할 경우에 대비, 대안을 준비하는 것이 필수다. 대안이 다양할수록 자신의 전략을 효율적으로 구사할 수 있다.

#협상에도 윤리가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크게 하는 게 협상일까.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은 진정한 협상이 아니다. 협상이 아니라 착취다. 협상을 하다 보면 상대방 회사의 기밀과 제품의 기술도 알게 되는데, 진정한 비즈니스 협상은 내가 중요하듯이 남도 중요하다. 진정한 협상가는 협상 과정에서 취득하는 비밀정보를 제3자에게 발설하지 않는다. 멀리 보고 협상의 윤리를 지켜야 윈윈할 수 있다.

#협상에서 If와 Yes, but은 필수

“만일 귀사에서 가격을 개당 5000원씩만 인하해주시면 거래를 고려하겠습니다.” 무슨 말일까. 거래를 하겠다는 뜻일까, 가격을 깎아 달라는 말인가. 이는 If를 활용, 상대방의 의중을 탐색하면서 자신의 의중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이럴 때는 상대방에게 말려들지 말고 ‘귀사의 의견이 타당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사는 이런 의견이 있습니다’는 식으로 자신의 카드로 응수해야 한다. 제안을 거절할 경우에는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 불쾌한 기분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술

소주, 맥주, 막걸리, 와인 중 어떤 술이 가장 좋은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술은 입술이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런데 입술을 가졌다고 모두 책임져야 한다면 누가 입맞춤을 하겠는가. 그 정도는 책임질 일이 아니다. 협상을 할 때도 샘플테스트 과정을 충분히 거쳐 적합한 협상 대상을 찾아야 한다.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우선 협상자를 정하기 전에 충분히 심사숙고해 샘플테스트와 정보를 검증해야 한다.

우승 노리면 8강은 기본…협상 목표 높을수록 성과도 크다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협상 전략이 있다.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주인정신이다. 흔히 오너는 목숨 걸고 사업한다고 하는데, 회사 임직원들이 맡은 업무를 자신의 일로 인식하고 사장의 마음으로 협상에 임하면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협상의 알파와 오메가는 주인정신이다.

이종선 < 국제협상전략연구소장 internego@empal.com >

△한성대 경제학과 졸업 △한국능률협회 국제협력본부 전문위원,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수원 국제협상강사, 탑매니지먼트 컨설팅 ISO영어세미나 통역위원, 엘코스그룹 해외영업이사 △현재 킬러스핀코리아 대표, 한국협상학회 상임이사 △저서=‘연애와 협상’ ‘비즈니스 협상’ ‘국제협상전략 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