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에 징벌적 '외환銀 매각' 명령…현실적으로 불가능"
"금융위원회가 론스타를 징벌하는 차원에서 외환은행 지분 매각 명령을 내릴 수단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

한국경제신문이 16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사모펀드와 한국 금융산업 발전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론스타 문제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이 같은 진단을 내렸다. 론스타는 지난 6일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고 이후 재상고를 포기했다.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론스타가 범죄를 저질러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상실한 만큼 론스타가 이득을 챙길 수 있도록 해주는 행정 조치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 51.02%를 하나금융에 주당 1만3390원에 팔기로 계약을 맺고 있는데 이대로 계약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시장 가격(현재 외환은행 주가는 7750원)으로 인수해야 한다는 얘기마저 내놓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금융 관련 법령에 금융위가 강제 매각 명령을 내리도록 돼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이 같은 주장은 '과하다'고 지적했다. 법령을 고쳐 강제 매각 수단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소급입법 문제가 발생해 가능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참석자들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 들어왔던 칼라일(한미은행에 투자),뉴브리지캐피털(제일은행에 투자) 론스타 등이 국내 금융산업에 부정적 역할도 있었지만 긍정적 영향도 미친 만큼 지금부터라도 금융당국과 금융계가 사모펀드 육성에 힘써야 한다고 제시했다. 토론회에는 김재인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박종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유효상 건국대 경영대 교수,이경원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가 참석했다. 사회는 유효상 교수가 맡았다.
"론스타에 징벌적 '외환銀 매각' 명령…현실적으로 불가능"
▲사회=사모펀드에 대한 정의와 기능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박종성 교수=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부실 기업 등을 인수해 구조조정을 한 후 되팔아 차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바이아웃(Buyout) 펀드라고 한다. 사모펀드라 하면 대개 바이아웃 펀드를 가리킨다. 주식 관련 사채 등을 전문으로 하는 메자닌 펀드와 벤처 펀드 등도 사모펀드의 한 부류다. 사모펀드는 기업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고 성장산업을 지원하는 등의 순기능을 해왔다. 하지만 단기 차익을 추구해 핵심 자산을 매각하거나 조세회피 등의 부작용도 동시에 나타났다.

▲사회=해외 사모펀드가 한국에 들어와 어떤 영향을 미쳤나.

▲이경원 교수=논란의 중심에는 론스타 뉴브리지캐피털 칼라일 등 3개 해외 사모펀드가 있다. 이 펀드들은 그간 국내 은행을 인수한 뒤 되팔기 전까지 경영하면서 안정성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펀드가 인수한 은행들은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다른 시중은행보다 낮았다. 또 배당성향이 높았고 가계대출을 급격하게 높은 공통점이 있다.

▲사회=구체적인 사례를 검토해 보자.

▲김재인 교수=제일은행에 근무하다 학계로 옮긴 게 4년여 전이다. 뉴브리지캐피털이 어떻게 인수했고 어떻게 제일은행을 경영했는지 목격했다. 뉴브리지는 어려울 때 자금을 투입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외환위기 직후 제일은행에 5000억원을 투입했는데 당시는 미국계와 일본계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자금을 빼던 시기다. 뉴브리지는 5년여간 제일은행을 경영한 뒤 스탠다드차타드에 넘겼다. 뉴브리지는 다리를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이름값'을 했다. 관치금융을 막았고 노동 유연성을 높였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사회=국내 들어왔던 외국 사모펀드는 어느 정도 남겼나.

▲박 교수=칼라일은 한미은행을 2000년 11월 4890억원에 인수해서 2004년 5월 매각해 6600억원가량의 수익을 거뒀다. 배당금 수익도 370억원이었다. 수익률은 143%였고 연평균 수익률은 30% 후반 정도 될 것이다. 뉴브리지캐피털 역시 1999년 12월 제일은행을 5000억원에 사들였다가 2004년 12월 1조6500억원에 팔았다. 5년간 수익률은 230%.연평균 수익률은 30%대다. 론스타의 수익률은 칼라일이나 뉴브리지에 미치지 못한다. 론스타는 2003년 8월 외환은행을 인수해 총 2조1548억원을 투자했다. 그동안 1조원을 웃도는 배당,1조1000억원 수준의 일부 지분 매각,4조4000억원의 잔여 지분 매각대금 등을 감안하면 6조7000억~6조8000억원 정도를 회수하게 된다. 투입 원금을 빼면 수익이 4조6000억~4조7000억원 수준이며 총 수익률은 200%를 넘는다. 그러나 연 수익률로 보면 20%에 못 미친다. 국민들이 론스타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은 수익의 절대 규모 자체가 크기 때문이다.

▲사회=론스타의 위법은 무엇인가.

▲이동현 교수=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주가조작 문제다.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논란은 있었지만 이것과는 다른 사안이다.

▲사회=론스타가 갖고 있는 외환은행 지분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일각에서는 징벌적 매각 명령,몰수 등 과격한 방안도 나오고 있다.

▲박 교수=징벌적 매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다른 오해의 소지가 발생한다. 국제금융의 관행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사모펀드는 차익을 추구하는 펀드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현행법상 징벌적 매각이 가능하느냐는 점이다. 불가능하다. 이를 가능토록 법을 바꾸는 것은 소급적용의 문제가 생긴다.

▲이동현 교수=매각을 안 시킬 수는 없다. 발목만 붙잡고 있는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법을 바꾸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

▲사회=사회자이긴 하지만 의견을 말한다면 징벌적 수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강제 매각 자체가 징벌적 의미가 있다.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이다. 또 다른 관점은 한국 금융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론스타에 징벌을 가한다면 한국의 신인도와 이미지가 나빠져 외국인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내 사모펀드의 현황에 대해 토론해 보자.

▲이경원 교수=국내 사모펀드는 갈 길이 멀다. 이제 26조원 수준이다. 경험도 많지 않다. 하지만 2007년 이후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구조조정 수요와 수익률 등이 개선될 것이다.

정리=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