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2차ㆍ3차 선정이 더 걱정"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단체들은 동반성장위원회가 27일 세탁비누 재생타이어 고추장 등 16개 품목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1차 선정,발표한 직후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및 동반성장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성명을 내놨다. 전경련이 "대기업의 대승적 결단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과 대한상의가 "자율적 합의정신을 존중하고 시장경제원칙을 지켜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한 데서 재계 속마음을 부분적으로 엿볼 수 있을 뿐이다.

재계 관계자는 "1차 중기 적합업종 선정에선 데스크톱PC와 내비게이션,레미콘 등 이해당사자 간 대립이 심한 품목들이 거의 배제돼 그나마 한숨 돌렸다"고 말했다. 그는 "동반성장위가 앞으로 2차,3차 적합업종 선정을 계속할 예정인 만큼 이제부터가 시작이어서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개별 기업들 가운데서는 불만을 표시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재생타이어가 중기 적합업종에 포함돼 '생산량 점진 축소' 권고를 받게 된 타이어 업계가 대표적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추가 협의를 원만히 진행하겠다"면서도 "브리지스톤이나 미쉐린 등 기술력을 갖춘 해외 메이저 업체들이 직 · 간접적으로 재생타이어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마당에 국내 대기업의 손발을 묶으면 중소기업이 아니라 해외 기업만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닳은 타이어 바닥면을 바꿔 트럭이나 버스 등의 뒷바퀴용으로 공급하는 재생타이어는 폐타이어를 재활용하는 친환경 사업이기도 하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금형이 '진입자제'로 분류된 것에 대해 전자업계는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자체 브랜드 휴대폰이나 TV에 들어가는 금형을 만들기 위한 신규 투자는 허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형이 '확장 자제'가 아니라 신규 투자를 가로막는 '진입 자제'로 결정난 것에 대해선 아쉬워하고 있다.

CJ제일제당 대상 등은 장류가 '확장 자제' 품목으로 지정되자 "별다른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막걸리는 업체 간 의견이 갈렸다. 강원도 홍천의 설악양조를 인수해 막걸리 생산에 들어간 하이트진로는 해외 수출에 초점을 맞춘 만큼 동반성장위의 '확장 자제' 지정으로 인해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위 업체인 국순당 관계자는 "막걸리 시장이 갓 성장기에 접어든 만큼 대기업이 들어와 다양한 제품 및 용기 개발 등을 통해 시장을 더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언/김철수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