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북부의 항구 도시인 알렉산드리아에 건축된 135m 높이의 파로스(pharos) 등대는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힌다. 기원전 280년께 세워졌으며,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등대 중 하나로 꼽힌다. 지금은 파괴된 잔재만이 바다 속에서 발견되면서 등대와 관련된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로 남겨져 있다.

이 등대는 당시 황제였던 프톨레마이오스 2세가 건축가 소스트라투스에게 설계와 건축을 진행시킨 것이다. 황제는 건축가에게 등대의 상단부에 자신의 이름을 조각하도록 명했다.

건축가는 후대에 이 건축물이 자신에 의해 설계되고 건축됐음을 알리고 싶었지만,황제의 명을 거부하면 처형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딜레마에 빠진 소스트라투스는 어떤 묘책을 내놓았을까.

묘책은 시간에 의한 분리 개념에 있었다. 건축 초기에는 황제의 이름을 새긴 명판을 만들어 보여주고,그 아래에는 건축가의 이름을 깊게 새겨 두는 것이다. 황제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황제의 이름이 보이겠지만 긴 세월 풍파에 마모되면 명판 아래에 새겨진 건축가의 이름이 드러나게 된다. 지혜로운 아이디어다.

이런 역사속의 지혜와 시간 · 공간 · 조건 분리 개념을 전력대란의 문제 해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지난번 정전대란은 전기 사용량이 일시적으로 급증하면서 발전량에 근접,예비전력이 부족해서 발생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방법은 발전량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자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발전소를 지어야 한다. 발전소 건설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환경 파괴의 문제점도 안고 있다. 발전소 건설은 조속한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가장 쉬운 해결책은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는 특정 시간대에 사용량을 낮추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기 사용량이 선진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는 전기요금이 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기요금을 올리면 서민경제와 물가,중소 상공인들한테 큰 부담이 된다. 안 올리자니 정전대란의 우려가 크다. 딜레마 상황이다.

시간에 의한 분리 개념으로,전력 사용 피크 시 또는 위험이 예상될 때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위험이 예상될 때 재난 방송과 문자 메시지를 발송,전기 절약을 호소하는 방법이 있다. 또 전기 사용처를 공간적으로 나눠서 소비량을 점검,사용량을 조정하는 방법이 있다. 가정집 같은 민간 부문의 전기 에너지 사용량은 전체 전력량의 14% 정도다. 반면에 공공부문에서 전체 전력의 3분의 1을 쓰고,대기업 중심의 산업계에서 50% 이상 사용한다. 따라서 공공부문과 대기업이 앞장서서 예비전력 위급 상황 시 일시적으로 전기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전기요금도 성수기와 비수기 때를 달리해야 한다. 성수기에는 요금을 올려 절약을 유도해야 한다. 물론 전력 사용량 조정은 응급실,산업라인 정지 예방,신호등,엘리베이터처럼 꼭 필요한 곳이나 특정한 시간대,사용량에 관한 조건에 따라서 조절이 필요하다.

과거 은행 창구는 많이 복잡했다. 기다리다 보면 몇몇 사람이 새치기를 해서 다툼도 생겼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한국 사람은 질서의식이 부족하다고 한탄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번호표를 나눠주는 창의적인 시스템'이 설치되면서 바로 해소됐다. 창구의 혼잡이 크게 줄고 사람들간의 신뢰도 일시에 회복됐다. 트리즈 원리는 생활 속 곳곳에 숨겨져 있다.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 한국트리즈학회 총무이사 lkw@kp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