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창조 경영의 씨앗
창조적인 사람들은 개성이 강하다. 비슷한 사람이 적다. 그래도 공통점은 있다. 바로 문제해결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본질상 꼬인 것이다. 얽힌 것을 풀어내야 답이 나온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창의적인 접근법을 요구한다.

천재들이 많은 모대학에서 있었던 일이다. 교수가 문제를 냈다. '호랑이에게 쫓겨 천길 낭떠러지 앞까지 왔다. 나는 무기가 하나도 없다. 살아날 방법은 무엇인가?' 여러가지 창의적인 대답이 나왔지만 1등은 엉뚱하고 창조적인 친구가 차지했다. 그의 답은 '꿈에서 깨어나면 된다'였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한 업종 한 방식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들이 숱하게 쏟아진다. 문제해결사는 어떤 사람들일까. 업종을 넘나드는 융합형,크로스오버형 인간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대기업에서 성장해온 전형적인 인재들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창조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는 데는 바로 이런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20세기형 인재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21세기형 창조가 나오기가 어찌 쉽겠는가. 독일 철학자 니체의 이 말을 음미해보자."새로운 것 또는 익숙하지 않은 것은 선의를 갖고 대할 때라야 내 것이 된다. "

당신이 다니는 조직을 둘러보라.다른 회사 사람을 좋아하는가? 새로 들어온 경력 사원과 금방 친해지는가? 새 제도가 나오면 우선 반발하지는 않는가? 사람이 모인 조직인 만큼 편한 것,익숙한 것을 선호하고 새롭고 낯선 것에 거부감을 갖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는 창조를 통한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방해가 된다. 연구 · 개발(R&D) 분야에서 '우리 연구소에서 개발된 것이 아니야(Not in my laboratory)'라는 집단이기주의는 이미 일반화된 현상이다.

답은 개방이다. 굳이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같은 전문 용어를 강조할 이유가 없다. 모든 창조가 서로 다른 것이 만들어내는 스파크(spark:접촉에 의한 불꽃)라는 것만 떠올려도 된다.

창조경영의 대표격인 블루오션 전략도 기존의 업을 넘어서 새로운 업종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전화기도 아닌 것이,컴퓨터도 아닌 것이 새로 나온 스마트폰 아닌가.

대기업에서 창조경영이 어려운 이유는 이 스파크를 가로막는 큰 규모다. 아예 규모가 없다고 할 만한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과거가 없고, 인재풀이 없고, 조직이 없고, 성공 경험이 없어서가 아닐까.

여기다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창의적인 사람일수록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지만 실패에 대한 질책이 반복되면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게 되는 것이다. 사냥의 고수인 호랑이도 사냥 성공률은 30%에 불과하다는 얘기를 기억해보라.호랑이도 열에 일곱번 실패를 거듭한다. 이걸 자연법칙이라고 보면 실패가 더 많아야 정상이라는 얘기 아닐까.

디지털은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한 환경을 열었다. 공장 하나씩을 키워가는 아날로그적 성장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에서 승부가 난다. 그 씨앗을 부지런히 찾아내야 한다. 없으면 밖에서 사와야 한다. 그것도 아주 빨리 말이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