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김모씨(28).평균 B학점과 800점대 토익 점수를 '스펙'으로 갖고 있는 김씨는 대기업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자 중소기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취업 사이트에서 채용공고를 진행 중인 대전의 중소기업 A사가 눈에 쏙 들어왔으나 인사 담당자와 통화하던 중 '역시' 하는 생각에 전화를 끊었다. 그는 "임금과 복지제도가 기대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방소재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에 허덕이고,예비 취업생들은 극심한 구직난을 호소하는 '잡 미스매칭'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렇지만 잡 미스매칭은 동전의 양면같아 이를 잘 해결하면 일자리 창출과 지방 중소기업의 경쟁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한국경제신문과 고용노동부가 '지방중기에 청년실업 해법있다'는 기획 캠페인을 펼치는 이유다.

◆지방 中企 60% "인력난 사상 최악"

지방 중소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인력난은 '사상 최악' 수준이다. 한국경제신문과 중소기업중앙회가 101개 지방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67%가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답했다. 60%는 "인력난이 사상 최악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지방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젊은 취업자들이 찾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뭘까. 임금과 복지 수준이 대기업이나 수도권 소재 기업에 비해 낮은 데다 홍보가 태부족한 탓이다.

취업사이트 '잡코리아'가 지난 9월1~5일 대학 재학생과 구직자 등 208명을 대상으로 '지방 중소기업 취업 의사'를 조사한 결과,과반수(48.6%)가 '지방 중소기업이라도 임금과 복지수준 등이 적정하다면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낮은 임금과 복지 수준이 취업의 걸림돌이라는 얘기다. 응답자의 54.3%는 '대폭적인 복지 수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또 '유망기업 홍보,지방 중소기업 장점 부각 등을 통한 구직자 인식개선 유도(37.5%)','대기업 및 협력 중소기업들의 지방 이전(28.8%)','지나친 고학력 인플레 해소를 통한 대졸자 수 축소(25.5%)'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비전 제시하고 임금 · 복지 개선을"

전문가들은 지방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선 1차적으로 중기들이 명확한 비전 제시와 함께 임금 및 복지 개선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학생들이 졸업 후 제조현장으로 바로 갈 수 있도록 기업이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며 "인력 채용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생각해 급여와 복지를 현실화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세금 감면,고용유지 분담금 등으로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학력 인플레도 해결과제로 지적됐다. 이재갑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고등학교 졸업자의 79%가 대학에 진학하는데 각자가 자기 여건에 따라 공부를 지속하거나 노동시장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정부는 '청년 내일 만들기 2차 프로젝트' 등을 통해 '선(先) 취업 후(後) 학업'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며 "기업에서 운영하는 사내 대학과 폴리텍(2년 학사 과정) 등을 활성화해 고졸자들이 학업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업도 청년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금과 복지를 대기업 부럽지 않은 수준으로 끌어 올리며 젊은이들이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지방 중소기업들이 모범답안이 될 수 있다. 경북 상주에 있는 애플애드벤처는 부서 간 벽을 허물어 통섭형 인재를 키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북 상주 소재 나노는 산학협력을 통해 젊은피를 유치하고 있다. 춘천에 위치한 보템은 파격적인 리프레시 휴가제를 통해 직원들의 능률을 끌어올리며 성장하고 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