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9일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비정규직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불법파견이 확인될 경우 직접고용 의무화를 비롯해 사내하도급 전환 때 노사협의회 의무화,1년 미만 기간제근로자의 수습기간 설정 제외,임금 및 근로조건 차별 개선 가이드라인 제정 등 기업에 부담을 주는 정책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비정규직대책은 지나치게 정치적 관점에서 접근돼 일자리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시장경제원리에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미국 등에선 사내하도급을 기업이 마음대로 선택할수 있도록 허용한 반면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

◆사회안전망 확충,차별시정 강화

영세사업장 저소득 근로자에 대해 내년부터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가 3분의 1 지원된다. 지원대상은 5인 미만 사업장 가운데 주당 15시간 이상 근로자로서 최저임금 120% 이하(월 124만원 이하)인 근로자와 사업주다. 현재 미가입자 가운데 50%가 가입한다고 예상하면 고용보험은 70만명,국민연금은 60만명이 지원을 받을 것으로 고용부는 추산했다. 정부 예산은 연간 2300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대학장학생 선발과 기숙사 · 국공립보육시설 이용자 선정 때도 저소득근로자 자녀가 우대 받는다. 근로자생활안정자금대부 항목에 저소득근로자의 복지수요가 높은 긴급생활유지비,자녀학자금 등이 추가돼 저소득근로자가 우선 선정된다. 사내근로복지기금 혜택을 사내하도급,파견근로자까지 부여할 경우 현재 당해연도 출연금의 50%에서 80%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임금과 근로조건 등에 대한 차별시정을 위해 근로감독관에게 차별시정 지도와 감독권한을 부여한다. 현재는 당사자의 신청과 노동위원회의 시정명령을 통해 사후적으로 차별이 해소됨으로써 불이익 등을 우려해 활용도가 낮고 차별의 해소도 어려웠다.

차별시정 신청기간도 현행 차별적 처우가 있는 날로부터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된다. 동일 사업장에서 근로자 간 근로조건에서 차별이 개선될 수 있도록 임금 및 근로조건차별 개선 가이드라인도 제정된다. 동일사업장 내 정규직에게 일괄 지급되는 작업복 명절선물 식당주차장 샤워장 통근버스 등 사내복지시설,상여금 등을 비정규직에게도 적용토록 가이드라인을 법에 명시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고 단기간근로자의 남용을 막기 위해 1년 미만 기간제근로자는 수습기간 설정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불법파견으로 확인된 경우에는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기간에 관계없이 직접 고용토록 했다. 행정당국이 사내하도급 근로자에 대해 불법파견 판단을 내렸더라도 원청사업주가 이에 불복해 법정소송을 제기했다면 대법원 최종판결까지 직접 고용의무는 생기지 않는다.

파견근로자의 보호를 위해 사용사업주는 근로시간,휴일,휴가 등의 내용이 담긴 취업규칙 작성을 의무화했다. 사내하도급으로 전환할 때는 노사협의회에서 협의해야 한다. 사내하도급 비율이 높은 원청의 재해율 산정 때 사내 하도급업체의 재해가 포함된다. 공공기관의 고용형태별 고용인원과 고용구조 변화추이 등을 공공기관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공시함으로써 고용관행개선을 유도키로 했다.


◆MB정책, 유연성서 경직성으로

비정규직종합대책 가운데 일부 포퓰리즘 정책들은 논의과정에서 제외됐다. 비정규직임금을 정규직의 80%로 끌어올리자는 내용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막판 삭제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임금을 몇% 수준으로 올리자고 목표숫자를 제시하는 것은 멋있어 보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지고 불합리한 측면이 많다"며 "막판에 한나라당과의 논의과정에서 빠졌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오히려 기업들이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