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만국박람회장(메세)은 지금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알리는 홍보 깃발과 광고판으로 가득하다. 정면 출입구엔 삼성전자,측면 출입문엔 LG전자 홍보물만 눈에 띈다.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오른편에 화려한 삼성전자 부스가 나타난다. 초대형 전시 부스엔 스마트TV부터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최신 제품들이 끝없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3D로 모든 것을 즐겨라(Do It All In 3D)'는 슬로건을 내건 LG전자 전시장도 관람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다. 상대적으로 소니와 파나소닉,도시바 등 일본 기업들의 전시관은 뒤편으로 밀려나 있다. 애플,구글에 밟히고 삼성,LG에 치인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하다. IFA 조직위원회에선 공공연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없으면 전시회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얘기한다.

지난 1일(현지시간)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유럽지역 법인장들과 함께 전략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법인장들은 "삼성을 바라보는 국내 시선이 너무 부정적이지 않느냐"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TV 시장에선 글로벌 1위이고 스마트폰 등에서도 선두를 다툴 만큼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는데,마치 뒤처진 기업으로 난타당하는 것을 보면 "힘이 빠진다"는 토로였다. 최 부회장은 이 얘기를 기자들에게 조심스레 전하면서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소프트경쟁력만 해도 1~2년 안에 (우리의 실력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늘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삼성의 최고경영자들이 이처럼 비즈니스 외적 요인으로 고충을 토로하는 것은 그다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2004년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이후 '삼성공화국' 논란이 불거지면서 반(反)삼성 기류가 기승을 부렸던 적도 있다. 하지만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한국 기업들만 이런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 애써 거둬들인 성과엔 인색한 평가를 내리고 비판만 과도하게 한다면 기업인들의 사기는 꺾일 수밖에 없다. 삼성 LG의 경쟁상대인 애플 구글 MS 등은 그동안 상대해온 노키아 소니 필립스 등을 압도하는 선도적 역량을 갖춘 기업들이다. 프로 바둑기사의 기보에 아마추어들이 함부로 훈수를 두는 듯한 행태는 자제돼야 마땅하다.

김수언 베를린 / 산업부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