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한국은행법은 '금융 안정'기능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은이 물가 안정에만 치우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개정 한은법에는 제1조 한은 설립 목적에 '물가 안정'외에 '금융 안정'이 추가됐다.

한은이 요구한 금융회사 단독조사권은 빠졌다. 대신 한은이 금융회사에 대한 공동검사를 요구하면 금융감독원은 시행령에 따라 1개월 내에 응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금감원이 공동검사에 응하지 않아도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 은행들은 한은의 공동검사권 강화에 대해 '이중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대한 한은의 자료 제출 요구권도 추가됐다.

은행채도 지급준비금 부과 대상에 포함된다. 지금은 은행 예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만 부과 대상이다. 당초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준 부과 대상을 정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관련 부처와 국회 협의과정에서 시행령에 규정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한은은 은행들이 은행채 남발을 통해 대출 과열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규제 수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회사나 기업에 긴급 유동성을 지원할 수 있는 조건도 완화됐다. 그동안에는 '심각한 통화신용 수축기 등'에만 지원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등'도 가능해진다.

개정 한은법은 부처 간 이해다툼으로 누더기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독조사권 삭제가 단적인 예로 꼽힌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한은법 개정안 통과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느 한 조직의 권한을 다른 조직이 가져갔다는 식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며 "한은이 훨씬 더 많은 부담과 책무를 갖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