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저가 고집'…코카콜라 납품가 올리자 한달간 판매중지
2009년 어느날 할인매장을 운영하는 한 최고경영자(CEO)가 시애틀타임스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기자는 평소 궁금했다며 "매장에서 핫도그를 얼마에 팔고 있죠"라고 물었다. CEO는 "1.5달러에 팝니다"고 답했다. 1985년부터 1.5달러에 팔기 시작한 핫도그 가격을 24년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자는 신기한 듯 "핫도그 가격을 올릴 계획은 있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CEO는 "핫도그 가격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곧 내가 죽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며 웃었다.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의 창업자이자 CEO 짐 시네갈 얘기다. 코스트코는 흔한 신문,방송 광고조차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트코는 지난 10년간 매출이 연평균 8.3%씩 증가했다. 금융위기가 채 가시지 않았던 2010년에도 매출이 9.1% 증가,월마트(3.3%)를 압도했다. 순이익은 20%나 늘었다.

◆제1원칙은 가격…"물가 안정의 공로자 되겠다"

코스트코 '저가 고집'…코카콜라 납품가 올리자 한달간 판매중지
코스트코의 모든 전략은 고품질,저렴한 가격으로 통한다. 코스트코 제품은 일반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보다 10~20% 싸다. 쇼핑객들이 50달러의 연회비를 내고도 코스트코에서 물건을 사는 이유다. 이를 위해 매장에서 판매하는 전체 상품수는 월마트의 30분의 1 수준인 4000여개만 판매한다. 대형 슈퍼마켓의 10분의 1 수준이다.

신용카드도 미국 캐나다 일본에서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카드만 받는다. 한국은 삼성카드만 결제해준다. 카드 회사와 협상을 통해 카드 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것이다. 유통업체의 마케팅 무기인 신문,방송광고는 아예 하지 않는다.

인테리어는 1983년 시네갈 CEO가 비행기 격납고에서 출발한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거의 안 하거나 최소화하는 수준이다. 매장에 들어서면 포장이 뜯겨지지도 않은 제품들이 상자에 담겨 선반에 쌓여 있을 정도다.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이익 상한선도 정했다. 일반 브랜드 제품의 상한선은 14%,자체상표(PB)인 커클랜드시그니처(커클랜드)의 상한선은 15%다. 납품 가격이 높아 소매 가격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하면 판매를 중단하기도 한다.

2009년 코스트코가 코카콜라 제품을 한 달간 판매하지 않은 것은 유명한 사건이다. CEO인 시네갈이 친구인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과의 통화에서 "커피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스타벅스 커피를 진열대에서 내릴 수밖에 없네"라고 말한 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린 적도 있었다. 이 일이 있은 얼마 뒤 슐츠 회장은 시네갈에게 "당신의 정체가 뭔가. 가격 경찰(price police)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런 저가정책의 결과 코스트코 영업이익률은 2~3%선에서 맴돈다. 그러나 코스트코는 전략을 수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저렴한 가격 덕에 대부분 자영업자들로 구성된 법인고객 수는 매년 늘어 지난해 57억8900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자체상표 커클랜드의 대성공

커클랜드는 1995년 선보인 코스트코의 PB다. 이 브랜드는 코스트코 1호점을 세운 워싱턴주 커클랜드에서 이름을 따왔다. 브라질 멕시코 등에서 생산돼 전 세계 코스트코 매장에서 판매된다. 옷 세제 식품 가전 등 커클랜드 제품은 전체 코스트코 매출의 약 20%를 차지한다.

커클랜드는 가격과 품질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을 듣는다. 전문가들은 "커클랜드는 전형적인 PB처럼 일반 브랜드보다 제품 가격이 10~20% 저렴한 데다 품질도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한국에서 지난해 어그부츠와 골프채를 내놓았을 땐 소비자들이 이를 사기 위해 매장에서 줄을 서서 대기하고,구매에 실패한 사람들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제품 구매에 나서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판매력 때문에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커클랜드와 제휴해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와인이 대표적이다. '샤토 마고 2004'는 한 병당 165달러이지만 '커클랜드시그니처 마고 2005'는 17.99달러에 불과하다. 코스트코는 커클랜드 상표를 붙여 200여종이 넘는 와인을 판매,세계에서 가장 큰 와인 유통업체에 오르기도 했다. 맥캘란,스타벅스도 커클랜드 상표를 붙여 제품을 판매한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회사

"12만명의 충성도 높은 친선대사들이 코스트코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고 상상해보십시오.이것이 가져올 이익은 정말로 대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 시네갈 CEO가 2006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 코스트코에서 사람은 곧 회사의 경쟁력이다.

코스트코는 이런 철학에 따라 경쟁업체에 비해 높은 월급을 지급한다. 건강보험 등 각종 복지혜택도 준다. 2007년 코스트코 직원들은 시간당 평균 17달러의 임금을 받았다. 월마트의 시간당 임금은 10.38달러에 불과했다. 코스트코와 비슷한 창고형 할인매장인 샘스에 비해서는 30% 이상 높다. 또 정직원과 계약직 등 모든 직원의 건강보험료 중 90%를 지원해준다.

코스트코는 2008~2009년 금융위기 시절 직원을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당시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마이크로소프트,보잉 등 기업들이 직원들을 줄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공포를 느낍니다. 그러나 전 직원에게 해고 없이 난관을 헤쳐나갈 방안을 생각해보자고 했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을 해고하지 않기 위해 2008년과 2009년에만 전 세계에 28개의 매장을 내고 신규 점포에 직원들을 배치하기도 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