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중국집서 스파게티 파는 정부”...보수 논객이 보수를 비판하다
“중국집에서 스파게티 파는 꼴이다.”

정부와 집권당에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진보가 아닌 보수 진영에서다.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공생발전론’을 밝히는 등 정부와 한나라당의 기조가 복지와 상생 쪽으로 기울자 ‘집권보수의 반 보수성’을 문제 삼아 보수의 재정비를 요구한 것이다.

보수 단체인 시대정신(이사장 안병직)은 지난 22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보수의 정체성 위기를 논한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이틀 앞두고 열린 이날 행사는 보수의 기본원칙에 비춰 정부와 여당의 정책방향을 평가해보자는 취지로 열렸다.

보수 논객들은 “보수를 표방한 정부와 집권당이 보수의 정체성 위기를 자초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자유주의로 돌아가자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정부와 한나라당은 보수를 표방하면서도 정책은 반보수성이 현저하다”며 “이는 보수에 대한 철학의 빈곤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철학적 빈곤을 타개하기 위해 한때 공동체적 자유주의를 내세우기도 했지만 이는 목표와 비전이 없을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되지 못했다”며 “보수 세력은 경제적 평등이나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자유의 개념으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던 이유와 당시 한나라당이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았던 원천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며 “복지 포퓰리즘으로 가면 결국 보수 세력은 정체성도 잃고 내년 대선에도 패배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공공복지를 얘기하기보다 민간복지와 자율적 기부문화를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보수의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한나라당 유승민 최고의원은 “자유만이 보수의 유일한 가치가 아니며 공동체의 붕괴를 막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며 박 교수의 비판에 대응했다.유 의원은 “양극화와 청년실업 등이 점점 심각해지는 시대에 자유의 가치만을 내세울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 한나라당, '보수 DNA' 가 없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포퓰리즘에 빠져 반시장적 정책을 펴고 있다”며 경제정책에 대해 포문을 열었다.

조 교수는 “이 대통령이 친기업, 친서민, 실용, 공정사회론 등 모든 카드를 다 내보였지만 보수의 정치적 DNA는 없이 지금도 휘발유값 100원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이 2009년 4·29 재보선 패배를 시점으로 국가 개입을 강화했다”며 “이는 보수 정당으로서 정치적 DNA를 갖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커밍아웃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공정사회론도 철학 부재 비판을 잠재우려는 반격 카드였지만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려는 포퓰리즘으로 변질되고 말았다”며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은 공정사회론의 대표적 정치적 파생상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동반성장은 국가 개입 같은 사전적 설계가 아닌 이해 관계자들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상대 토론자로 나선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비판받는 것은 동반성장·친서민 등을 내세웠기 때문이 아니라 이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 교육의 자율성·교사의 권위 살려야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보수적 교육 가치,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보수적 교육을 억압의 교육, 가진 자를 위한 교육, 약육강식의 교육, 승자 독식 정당화 교육으로 보는 악의적 곡해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계에서 회복해야할 보수적 가치로 ▲자율성의 교육 ▲올바른 인간 교육을 위한 교권확립 ▲정의로운 복지 등을 꼽았다.

이 교수는 출범초기 자율을 강조했던 정부가 오히려 관치교육을 강화했다며 교과부가 대학 학생선발권과 재정권을 규제한 점을 비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최근 진보진영에서 학생인권 조례 등을 강조하는데 마찬가지로 보수진영에서는 교권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그래야 올바른 인간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이재교 시대정신 상임이사는 보수 시민단체인 뉴라이트 운동이 다시 활성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 허현준 시대정신 사무국장은 “보수진영 내부에서 자신들의 신념에 대해 회의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보수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며 “보수진영을 결집할 수 있는 공론의 자리를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한국경제신문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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票에 눈먼 정치권, 나라 빚 '나 몰라라'

>>'고삐' 풀린 포퓰리즘

[Cover Story] “중국집서 스파게티 파는 정부”...보수 논객이 보수를 비판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패하면서 정치권에 포퓰리즘이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안 그래도 ‘복지’라는 이름으로 무한경쟁을 벌이는 여·야가 표를 잡기 위한 포퓰리즘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복지 포퓰리즘이 재정건전성을 위협할만한 수위로 치달아도 이를 견제할 세력과 수단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3무(無)1반(半)’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분위기다.

3무1반 정책은 무상보육·무상교육·무상의료·반값등록금을 말한다.한나라당도 최근 황우여 원내대표가 내년부터 만 0세에 대해서 국가가 보육을 전액 책임지는 ‘무상보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이 무상보육과 무상교육 등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표가 있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은 민주당, 50대이상은 한나라당으로 양분된 상황에서 선거승리를 위해선 부동층인 40대가 민감한 보육과 교육에 집중 할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지난 4·27 재보선에서 여당이 완패하면서 이 같은 복지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민심 이반을 확인한 여당이 ‘좌 클릭’으로 유권자 마음 돌리기에 나선 것이다.

여당은 그나마 보수정당으로서 지켜야 할 ‘체면’ 때문에 한정된 국가재정을 감안한 저소득층 위주의 ‘선별적 복지’를 주장해왔지만 이번 주민투표 패배로 그조차 내던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포퓰리즘 범람에 따른 부작용과 후유증은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박종규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은 “지금의 정부 지출이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현재 흑자인 통합재정수지는 11년 뒤인 2024년부터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은 갈수록 떨어져 세입은 줄어드는 반면각종 복지 확대로 예산은 증가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