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톰이다, 나는 소년이다!

[한국 작가가 읽어주는 세계문학] (13) 마크 트웨인 '톰 소여의 모험'
당신은 어떻게 작가가 되었소?

누군가 묻는다면 내 대답은 한 가지다. "엉망진창으로 십대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하고 말이다.

에엣? 장기간의 습작이나… 뭐… 노력 같은 거… 그런 게 필요한 거 아닌가요?또 묻는다면 "다 필요 없어요.

그저 엉망진창으로 보낸 한 시절이 필요한 겁니다"라고 나는 다시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

망가진(혹은 망가져본) 인간만이 작가가 될 수 있다.

만약 망가진 적이 없는데도 작가가 된 인간이 있다면… 그 사람은 변태다. 지금 내가 뱉은 이 말을 백프로 믿어도 된다.

여기 한 소년이 있다.

공부는 지지리도 못해, 수업 시간엔 만날 졸아, 입만 열면 뻥이고, 머릿속엔 잡생각뿐 몰라 몰라 될 대로 되라지, 하지 말라는 짓은 골라 하고, 하라는 짓은 너나 하세요, 어른 알기를 개코로 알지, 어딜 가나 문제만 일으키는 이 소년의 이름은 톰 소여다(참, 그는 좀처럼 씻지도 않는다… 친구인 허크는 더하지).

19세기의 미국 남부, 작가 마크 트웨인이 가공해낸 세인트피터스버그라는 작은 마을의 이 악동은 그 후 140살이 되어가도록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된다.

긴 말 필요 없이 그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소년이요, 성공한 인간이다.

현대는 끝없이 근대의 모험을 모함해왔다.

다른 이유는 없다(물론 수천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벌의 시대도 항해의 시대도, 전쟁과 혁명의 시대도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이 문장이 능동태인지 수동태인지에 대해선 또 많은 논쟁이 필요할 것이다).

현대가 필요로 하는 건 얌전한 인간이다. 겁먹고, 안주하고, 근면 성실하고, 일하고, 자네 이것밖에 안 되나?

낯을 붉히고, 광고 좀 때리면 기를 쓰고 물건을 사주고(복 받을 걸세 자네), 유행에 일조를 하고, 얘야 오늘도 학원 가야지?

사학의 운영에 도움을 주고, 찬송가를 열심히 부르고, 무엇보다 자신의 처지를 알고(알건 모르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르기는 개뿔, 눈치로 한평생을 살아갈 얌전한 인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 자넨 어떤 삶을 살았나?

혹시나 사후에 신이 묻는다면 우리는 답할 것이다(한참을 고민해야겠지만).

즉 그러니까… 안전한 삶을 살았습니다. 토익도 810점이었고… 대졸이었거덩요.

어디 가서 빠진다는 소린 안 들었고요, 뭐… 딱히 별일 없었다고 말할 수 있죠.신은 잠시 고민에 빠질 것이다.

안전한 삶이란… 실은 매우 이상한 삶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모험하는 존재이다. 아니, 모험을 위해 태어난 존재이며 실은 모험을 하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하는 존재이다.

답답해, 우울해, 무의미해… 열심히 이런저런 업체(병원이니 뭐니)들의 경영에 도움을 주며(자넨 진짜 복 많이 받을 걸세)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실은 우리의 삶에서, 이 잘난 '현대인'이란 명찰을 단 유인원의 삶에서 모험이 거세된 지 오래기 때문이다.

불만은 없다. 안전한 게 어디야.불만은 없는데도 불안은 여전하다. 안전이… 다는 아닌가봐,우리 속에 앉아 등을 기댄 원숭이처럼 우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젠장, 그래도 나 대졸인데….

《톰 소여의 모험》이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것은 모험 그 자체인 소년, 모험을 하지 않고선 견디지 못하는 인간의 원형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갈 곳이 많고, 만날 인간이 많으며, 미시시피강의 물결처럼 두근대며, 또 출렁이며 푸르게, 140년을 푸르게 흘러왔다.

그는 여전히 명랑하고, 그의 모험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어른이 된 톰 소여는(이야기가 이어졌다면) 분명 훌륭한 작가가 되었을 거라 나는 생각한다.

허클베리 핀은 뭐 말할 것도 없다.

죽어 신을 만났다 하더라도 할 말이 많은 삶이었을 것이며, 그들은 분명 위대한 작가 마크 트웨인의 오래전 모습이었을 것이다.

기억하자.우리는 누구나 소년이었고, 실은 이 지구의 종을 대표하는 모험가였다.

아이 엠 톰.아임 어 보이.아임 낫 어 스튜던트.어른이 되어 다시 펼쳐든 《톰 소여의 모험》에서 그렇게 톰은, 또 허크는 내 뒤통수를 때리며 낄낄거린다.



모험하라.

모험이야말로

삶을 삶이게 하는

가장 큰 보험이니!



박민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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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 설킨 살인 사건을 우연히 목격

>> '톰 소여의 모험' 줄거리

《톰 소여의 모험》은 '미국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마크 트웨인의 대표작으로 1876년 출간된 이래 단 한번도 절판된 적이 없는 전 세계적인 스테디셀러이다.

책의 머리말에서 밝혔듯 자신이 실제로 겪거나 친구들에게서 들은 경험담을 바탕으로 톰 소여의 모험담을 생생하게 엮어냈다.

미시시피 강변의 작은 마을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사는 톰은 폴리 이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모범생인 이복동생 시드나 신앙심 깊은 사촌누나 메리와는 달리 못 말리는 개구쟁이다.

학교에 가기 싫어 꾀병을 부리고, 미신을 좇아 숲을 휘젓고 다니며, 순진한 소녀 베키를 꾀어 약혼을 하는가 하면, 떠돌이 소년 허클베리 핀과는 단짝으로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한밤중에 허클베리 핀과 함께 간 공동묘지에서 우연히 혼혈 인디언 조와 주정뱅이 영감 머프 포터, 마을의 젊은 의사 로빈슨이 얽히고 설킨 살인 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이 무시무시한 사건으로 모두가 부러워할 멋진 모험에 빠져들게 된다.

《톰 소여의 모험》은 작가로 이름을 알리기 전부터 특유의 입담과 현란한 유머로 인기 강연가로서 유명세를 떨쳤던 마크 트웨인의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개성이 분명한 등장인물, 활기 넘치는 대화, 재치와 현란한 어휘력과 문장력은 그 어떤 작가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작품이 '미국의 국민 문학'으로 평가받는 까닭은 영국문학 전통에서 여전히 독립하지 못했던 문단에 소재와 주제는 물론 미국인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구어체로 미국문학의 새로운 전통을 확립하며 헤밍웨이를 포함한 후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한국 작가가 읽어주는 세계문학] (13) 마크 트웨인 '톰 소여의 모험'
원제: The Adventures of Tom Sawyer

저자: Mark Twain(1835~1910)

발표: 1876년

분야: 미국문학

한글번역본

제목: 톰 소여의 모험

옮긴이: 강미경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056(20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