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사가 올해 교섭에서 잠정 합의했던 임금 인상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향후 교섭에 난항이 예상된다.

기아차 노조는 27일 조합원의 찬반 투표 결과 지난달 22일 합의한 잠정안에 대해 약 47%의 찬성률로 부결시켰다.

노사는 지난 22일 기본급 9만원(5.17%) 인상과 성과·격려금 300%+700만원 지급, 자사주 80주 지급 등에 최종 합의했다.

임금 인상분과 성과ㆍ격려금은 역대 임협을 통틀어 '가장 큰' 규모여서 조합원 투표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역대 최단 교섭기간인 16일만에 합의를 이끌어내 새로운 협상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04년 이후 7년만에 휴가 전 타결이 기대됐다.

노조가 이날 '역대 최대' 협상 테이블을 부결시킨데에는 우선 난항을 겪고 있는 현대차의 임단협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예년에는 현대차의 협상 결과를 지켜본 뒤 현대차의 인상 수준에 어느 정도 맞추는 선에서 사측과 합의했다.

그러나 올해는 현대차보다 일찍 잠정합의안에 사인했다.

이 때문에 비록 역대 최대이지만 현대차도 올해 '통 큰' 협상이 예상되는 만큼 자칫하면 현대차와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주간연속2근무제에 대한 더 진전된 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장 조합원들의 평균 연령이 50대이기 때문에 이제는 야간 노동에 대해 체력이 한계에 와 있다"며 "이번에 그런 요구(2근무제 조속 시행)가 굉장히 강했다"고 말했다.

기아차 노사는 잠정합의안에서 시행의지를 다시 확인하면서 올해 말까지 '노사공동위원회'에서 생산능력을 만회하기 위해 의견을 모으는 한편 한편 임금체계 개선과 설비투자 등 세부 시행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오는 9월에 있을 기아차노조 지부장 선거를 앞두고, 계파들 간의 세력 다툼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차기 집행부를 노리는 계파들이 이번 교섭위원에 참가해 잠정합의안에 동의해 놓고, 교섭이 끝내자마자 이를 부정하고 부결을 선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추가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추가안이 통과될 지도 미지수다.

특히, 사측도 더 이상 추가 제시안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올해 무난히 끝날 것 같았던 기아차의 임협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