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해리 포터 영화 시리즈의 완결편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 시사회를 앞두고 진풍경이 연출됐다.

행사가 열렸던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는 며칠 전부터 팬들이 텐트를 쳐놓고 기다리기도 했다.

시사회 전날엔 밤을 새우는 팬들도 많았다. 시사회를 기다리던 한 팬은 "해리 포터가 없었다면 나는 상상이라곤 할 수 없는 사람이 됐을 것"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1997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란 책으로 시작해 세계인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 세상으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61개국에서 차례로 개봉됐다.

외신들은 첫주 수입만 4억7560만달러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2주 전 '트랜스포머 3'가 세운 첫주 흥행기록(4억1600만달러)을 단숨에 넘어섰다.

책에서 시작한 해리 포터는 영화 게임 테마파크 등으로도 발전돼 '원 소스 멀티 유즈(한 가지 제품이나 개념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의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창작의 힘이었다.

# 브랜드 가치 150억달러

해리 포터 시리즈는 선은 승리하고 악은 패한다는 전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 마법사 아이가 성장해 우정과 사랑을 이뤄낸다는 진부한 스토리이기도 하다.

영국 전래 동화인 '거인을 물리친 잭''엄지 소년 톰' 등도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졌을 만큼 기본 얼개는 단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는 13년간 세계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해리 포터의 브랜드 가치는 150억달러로 추산된다.

세계 최대 운동용품 업체인 나이키(137억달러,2009년 기준)보다 높은 것이다.

원작자인 조앤 롤링의 재산은 10억달러에 이르고,주인공 역을 맡은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영화 7편으로 벌어들인 돈만 5000만파운드(1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해리 포터 영화 시리즈가 벌어들인 수입은 64억달러였으며 종결편까지 포함하면 74억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 금융 전문사이트인 마켓워치는 "마지막 편은 8편의 해리포터 영화 중 가장 많은 수입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완결판인 데다 영화 시리즈 중 처음으로 3차원(3D) 영화로 만들어져 티켓 값이 더 비싸기 때문이다.

개봉 첫 주말에는 북미지역에서만 1만1000개 상영관에 걸렸다.

폴 데르가라베디안 할리우드닷컴 사장은 "해리 포터 시리즈는 아마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가장 성공적인 영화 시리즈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 포터 영화는 단 한 차례도 아카데미 영화상을 받은 적이 없다.

# 입소문 마케팅의 성공

해리포터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마니아층을 통한 입소문 전략이 결실을 맺었다고 분석한다.

입소문 마케팅은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상품에 대한 긍정적인 소문을 내게 하도록 하는 것으로 '버즈 마케팅''구전 마케팅'이라고도 불린다.

해리 포터는 작품의 우수성에 롤링이 가난한 이혼녀에서 책 한 권으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는 신데렐라 스토리까지 합세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해리 포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웹사이트를 만들어 의견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롤링은 이들의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작가 개인의 웹사이트를 개설해 소통하기도 했다.

특이한 마케팅도 가미됐다. 2000년 해리포터 시리즈 4번째인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출간할 때는 책을 페덱스 트럭 9000대에 실어 세계로 보내는 모습을 연출했다.

2009년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 문을 연 해리포터 테마파크도 마찬가지였다.

개장에 앞서 유니버설사는 테마파크의 구성과 개장 시기 등 모든 사항을 해리 포터 광팬 7명에게만 알렸다.

하지만 해리 포터의 광팬 7명의 입을 통해 전 세계 약 3억5000명이 개장소식을 알게 될 정도로 확산됐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워너브러더스는 테마파크를 다른 나라에도 확대하기로 했다.

책 출간 전략도 주효했다.

출판사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첫 네 권을 연달아 발매해 입소문을 확대했고 이후 영화 제작을 시작했다.

다섯 번째 책이 출간될 때까진 3년이 더 걸렸다.

이 기간에 독자들의 궁금증은 증폭됐다.

# 어른들도 사랑한 동화

해리 포터는 최대한 상업주의를 감추기 위해 교육의 기능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해리 포터 독자 가운데 51%는 5세에서 17세였고,어린 독자의 65%는 학업 성적이 올랐다.

비디오와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던 어린이들을 다시 책으로 끌어들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해리 포터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시력이 멀쩡한 아이 중 40%가 해리 포터처럼 안경을 쓰기를 원한다는 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해리 포터는 어른들도 좋아하는 동화였다. 롤링은 "자신은 아동용으로 글을 쓰지 않았고 해리 포터는 순전히 자신의 감각으로 썼다"며 "성인들에게도 해리 포터는 충분히 읽을 만한 책이다"며 범용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해리 포터는 마법을 소재로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 감각을 잊지 않아 공감을 쉽게 자아냈다.

또 장난감 의류 게임 액세서리 문구 가정용품 가구 캔디 등 다양한 제품화도 가능했다.

해리 포터의 주인공들은 모두 평민 출신이었고 소설 속 그들은 마법학교인 호그와트를 졸업하더라도 일반인처럼 취직을 해야 하는 설정이다.

비평가들은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의 성공 비결로 조앤 롤링이 영화 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등 원작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은 것을 첫째로 꼽고 있다.

또 시리즈가 제작되는 내내 같은 제작팀을 유지하면서 일관성을 지켰고,유명한 할리우드 배우들이 다양한 역할을 맡아 영화를 다채롭게 만든 점 등도 성공 이유로 분석됐다.

강유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y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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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이혼녀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생역전

작가 조앤롤링은...

[Global Issue] 해리 포터의 성공비결은?...입소문으로 상상력을 자극했다.
"실패는 불필요한 것을 버릴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추락한 밑바닥은 제 삶을 다시 일으켜세우는 단단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우리 자신이나 관계가 가진 힘,두 가지 모두 역경을 겪기 전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

해리 포터 시리즈의 저자 조앤 롤링이 2008년 하버드 졸업식 축사에서 한 말이다.

정부 보조금으로 근근이 먹고 살던 롤링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롤링은 1965년 영국 웨일스의 시골 마을인 치핑소드베리에서 태어났다.

영국의 주류 문학가들과 달리 옥스퍼드대나 케임브리지대 등 유명 대학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지 못했다.

비서 영어강사 등을 전전하다 에든버러에 정착한 그는 일자리가 없어 1년여를 보조금으로 연명하기도 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첫문을 연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초고를 쓸 땐 6개월도 안 된 딸을 겨우 먹여살리던 이혼녀였다. 종이를 복사할 돈도 없어 일일이 원고를 타이핑했다.

출판사에서 열두 번 퇴짜를 맞은 롤링은 1995년 저작권 대행업자 크리스토퍼 리틀에게 초고를 보냈고,그는 롤링에게 단독 계약을 제안했다.

그가 출판의 대가로 출판사 블룸스버리에서 받았던 선불금은 고작 2400달러.그러나 현재 해리 포터 시리즈의 일곱권은 67개 언어로 번역돼 5억권 가까이 팔렸다.

그녀는 억만장자가 됐다.

전문가들은 평범한 그녀의 배경이 소설에도 반영됐다고 분석한다.

해리 포터의 주인공들은 귀족이 아닌 평민이다. 해리 포터는 친척집에 맡겨져 천대받다가 마법 학교에 입학하면서 영웅이 된다.

헤르미온느는 '머글'(마법사의 피가 섞이지 않은 평민) 태생이라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기도 한다.

그래서 롤링이 작품을 통해 순혈주의를 비판하고자 했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