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타결 불구 외부세력 개입…민주당, 민노총 2중대인가
[한경데스크] 포퓰리즘 굿판을 끝내자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는 참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노사협상이 타결됐는데도 불구,일부 강성 노조원과 금속노조 지도위원의 농성이 계속되고 있다. 진보신당의 심상정 · 노회찬 상임고문에 이어 민주노총의 김영훈 위원장도 13일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노사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 세계 노동현장에서 목격하기 힘든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리해고문제로 6개월째 갈등을 빚던 노사는 지난달 27일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지었고,노조원들은 작업장으로 복귀했다. 노조는 "3년간의 투쟁으로 조합원들의 생활이 피폐해졌고 죽음의 공장으로 변해가는 영도조선소를 방치할 수 없다"는 점을 총파업 철회 배경으로 들었다. 하지만 노동운동가,야당정치인,영화배우,시민운동가들이 중심이 된 외부의 객꾼들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로 몰려들고 있다. 두 번의 흥행을 성공(?)시킨 '희망버스'는 또다시 흥행의 장이 설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경제대국 10위권 진입을 눈앞에 둔 한국의 산업현장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가장 큰 요인은 무엇보다도 외부세력의 개입이다. 이번에는 정치인과 연예인들까지 합세한 거대한 포퓰리즘 군단이 개입하면서 문제가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크레인에서 6개월째 농성을 벌이는 김진숙 씨는 한진중 노조원이 아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지도위원이다. 그가 고공농성을 지속하는 것은 포퓰리즘군단의 개입에 힘을 받은 것 같다. 노사간 합의가 이뤄졌지만 정치인 등이 자신을 지지하기 때문에 쉽사리 투쟁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새로운 소셜미디어를 통해 김씨가 세계적 스타(?)로 알려진 것도 그의 농성을 이어지도록 한 요인으로 보인다. 김씨는 트위터를 통해 '글로벌 투사'로 이름이 알려졌고 알자지라,CNN,르몽드 등 세계적 미디어에 보도됐을 정도다. 그런 그가 크레인 농성을 하루 아침에 거두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들에게 얼굴을 내밀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포퓰리즘도 한진중 사태를 난장판으로 몰고가는 요인이다. 진보신당 민노당 등 민주노총 지지 정당은 물론 민주당 국회의원들까지 앞다퉈 한진중공업에 내려가 사태해결을 위한 인기경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의 정동영 의원은 8번이나 부산에 갔다왔고,손학규 대표도 14일 부랴부랴 이곳에서 '눈도장'을 찍었다. 정치인들의 인기영합적 행태에 대해 '정신없는 사람들'이라고 비아냥대는 국민이 많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민주노총 2중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인 시민단체 연예인의 개입이 지속된다면 개별 사업장 노사문제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 마치 한탕주의처럼 정치인과 좌파세력들이 개별 노사관계에 치고빠지기 식을 되풀이한다면 노사문제는 꼬일 수밖에 없다.

외부세력들이 노사관계에 개입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뿐이다. 노조 집행부는 어린아이가 아니다. 노조는 정치인들이나 좌파노동세력보다 더 현실적이고 성숙해 있다. 노사가 합의한 내용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훈수를 둔다면 우리나라 노동판은 난장판이 될 것이다. 정치권을 비롯한 외부세력이 판치는 포퓰리즘적 굿판은 하루빨리 이땅에서 없어져야 할 악습이다.

윤기설 노동전문 기자 upy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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