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는 지금] 삼성동 B씨, 사모펀드 1억 투자 8개월 만에 2000만원 벌어
낮은 은행 예금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강남의 고액 자산가 A씨는 최근 은행 프라이빗뱅커(PB)가 추천한 한 사모펀드에 2억원을 넣었다. A씨는 "투자 성향이 다소 공격적인 편이라 주식에 관심이 많았지만 최근엔 주식이 너무 오른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많아 다시 들어가기가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강남 부자들은 최근 주식이나 채권 등 한 곳으로 쏠리지 않는다. 다소 공격적인 투자자들은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모펀드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보수적인 투자자는 월지급식 펀드 등에 관심을 기울인다. 달러 대비 위안화의 절상이 점쳐지면서 '위안화 연동 구조화 정기예금' 등도 눈여겨 볼 만하다는 게 은행 PB들의 조언이다.

◆사모펀드에 몰린다

공성율 국민은행 목동PB센터 팀장은 "최근 국내 주식은 꽤 오른 것이 아니냐는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며 "직접 투자보다는 사모펀드 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자산가들이 많다"고 전했다. 삼성동에 사는 B씨는 공 팀장의 추천으로 지난해 10월 한 사모펀드에 1억원을 넣었다가 지난달까지 8개월 만에 20%의 수익을 냈다.

공 팀장은 "주가가 2400선까지 가더라도 지수 수익률이 10% 안팎에 머무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400을 넘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모펀드는 공모펀드보다 법률적 제약이 적어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하락장에서도 지수 하락률보다 낮게 방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크고 주가가 올라도 크게 오를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게 사모펀드라는 설명이다. 공 팀장은 그러나 "사모펀드는 공모펀드보다 다소 공격적인 전략을 쓰는 경우가 많아 위험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구조화 정기예금에도 눈독

일반 고객들이 위안화에 투자하기에는 금리가 낮고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 탓에 다소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강남 부자들 사이에선 요즘 구조화 정기예금이 투자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상품은 투자를 시작하고 1년이 지난 후 위안화가 달러 대비 2.6% 이상만 오르면 연 7%의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반대로 2.6% 미만으로 오르거나 오히려 내리는 경우 수익이 없지만 원금은 보장된다.

고득성 SC제일은행 삼성PB센터 PB이사는 "대부분의 환율 전문가들은 달러 대비 위안화의 절상을 점치고 있다"며 "글로벌 무역 불균형에 따라 신흥국 통화 절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중국 내 물가 상승에 따라 수입물가 압력을 줄이기 위해서도 위안화 절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 이사는 "시장 컨센서스는 위안화가 달러 대비 연 5% 내외로 절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위안화 연동 구조화 예금은 투자금액 100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투자할 수 있다.

◆안정적인 월지급식 펀드도 인기

월지급식 투자도 최근 투자방법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적립식 투자를 통해 목돈 마련에 주력했다면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목돈을 투자해 매달 일정금액을 월급처럼 받는 월지급식 상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판매사들은 기존 펀드를 월지급식으로 전환했고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해외채권신탁상품도 월지급식으로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강원경 하나은행 압구정지점 PB부장은 "자산 중 주식 비중이 높거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원하는 자산가들 사이에 월지급식 펀드가 인기"라며 "부동산 임대 수익을 상회하는 수익을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식이나 채권 등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시중에 유동성은 풍부하지만 새삼스레 움직일 때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부자들은 '열공' 중

그동안 주관에 따라 투자를 해왔던 강남의 큰 손들은 '돌다리도 두들기자'는 자세로 공부를 하고 있다.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점이 마련한 5개월 과정의 자산관리멘토스쿨에는 80명 선발에 4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고준석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400여명 중 30% 이상이 강남의 고액 자산가였다"며 "이름만 대면 아는 아파트와 빌딩을 가진 사람들이 더 공부에 열성적"이라고 전했다.

고 지점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 흐름에 대해 "부동산 자산가들은 최근 작은 오피스텔에 많이 투자하고 있지만 수익률이 그다지 크지는 않다"며 "작은 것을 여러 채 갖고 있기보다는 상가 쪽으로 움직이는 게 유리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