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5개 자동차 부품회사가 다음달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 일본 본사에서 전시회를 열고 수출상담을 벌인다. 품질 기준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도요타가 한국 부품을 적극 구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부품업체들은 한껏 고무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 측에서 가격 조건만 맞으면 어떤 부품이든 사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만도 같은 대형 기업에서 중견 부품업체들로까지 일본 자동차 부품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도요타,혼다… "한국 부품 더 사고 싶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KAICA)과 한국부품연구원,KOTRA는 다음달 29~30일 나고야 도요타 본사에서 부품 전시회인 '오토 파츠 플라자 인 도요타(Auto parts plaza in Toyota)'를 갖기로 했다. 대성전기와 대기산업,태양금속공업,유니크,한국델파이 등 총 35개 국내 부품업체가 참가할 예정이다. 이 전시회는 당초 5월로 예정됐다가 3 · 11 대지진 이후 무기 연기됐다.

최문석 KAICA 수출전시팀장은 "도요타 측이 한국 부품 구매를 강하게 희망해 예상보다 빨리 일정이 잡혔다"며 "도요타의 태도가 적극적이어서 수주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전시회엔 완성차 측에서 현가장치,브레이크 등 사려는 부품 목록을 먼저 제시한다. 도요타 측은 이번에 특정 품목 범위를 정하지 않았다.

고문수 KAICA 전무는 "도요타는 한국 부품의 품질이 수준급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기존 부품보다 낮은 원가로 구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며 "어떤 부품이든 조건만 맞으면 사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도요타에 이어 7월에 전시회를 계획했던 혼다는 도쿄 북부 도치기현 R&D(연구 · 개발)센터의 복구가 늦어져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혼다 측은 일본에서 구매상담회를 할 수 없으면 한국을 방문하겠다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부품업체 잇달아 대형 계약

일본은 전통적으로 수직계열화가 강해 '난공불락의 성'으로 불렸다. 일본 기업들이 한국 자동차 부품을 찾게 된 이유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의 품질이 세계 정상급으로 인정받고 있고 △대지진 영향으로 글로벌 아웃소싱의 필요성이 제기된데다 △지속되는 엔고로 한국 부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미쓰비시에 2억달러의 헤드램프(전조등)와 스바루에 3300만달러의 리어램프(후면등) 등 총 2억3300만달러(2560억원)어치의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만도도 지난달 말 처음으로 일본 시장을 뚫었다.

일본 수출 증가는 연간 10억달러(1조원)에 이르는 대일본 자동차 부품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