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미국의 영웅이다. 많은 젊은이들의 자랑이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특허침해로 제소했을 때 삼성이 가장 걱정한 것은 패소가 아니었다. 미국 내 삼성제품 불매운동이었다. 삼성은 애플에 성가신 존재다. 애국심에 불타는 미국인들의 심기가 틀어지면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그런 애플이 한국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면 어떤 대접을 받을까. 올 들어 벌어진 몇 가지 상황만 떠올려보면 짐작하기 어려울 것도 없다.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

우선 고가의 아이폰 아이패드가 표적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휴대폰 출고가가 너무 높다는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제조사 책임이냐,통신사의 문제냐를 놓고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삼성과 LG는 가슴을 졸여야 했다.

애플이라면 어떨까. 끄떡도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통신사들이 눈치를 볼지도 모르겠다. 보다 못한 시민단체들이 총대를 메고 나선다. 몇 년 전 건설사를 상대로 분양가 원가공개를 요구했던 노하우도 있다. 30%가 넘는 영업이익을 들먹이며 휴대폰 제조 원가를 공개하라고 나설 것이다. 서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이유로 정치권과 경제부처도 가세할 게 틀림없다.

그 다음엔 앱스토어가 조준 대상에 오른다. 국내 개발자들은 처음에 앱스토어 수익배분을 '70(개발자) 대 30(애플)'으로 나눈다고 했을 때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과거 매출의 절반 이상을 뜯어가던 통신사들에 질릴 대로 질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앱스토어의 경쟁 격화로 개발자들의 수익이 쪼그라들면서 불만들이 쌓여간다. 급기야 애플이 1분기에 앱스토어와 아이튠즈에서 벌어들인 돈이 16억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고난 뒤 완전히 태도를 바꾼다.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는 원성이 자자하게 나온다. 실제 서버 유지비,검수비 등에 들어가는 돈은 얼마 안 된다.

"수수료 30%, 근거가 뭐냐"

공정거래위원회도 가만 있을 수 없다. 앱스토어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다는 이유를 들어 현장조사에 나선다. 자의적인 앱 심사와 폐쇄적인 결제시스템이 불공정 심사의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무슨 근거로 앱 매출의 30%를 챙기는지도 캐물을 것이다. 이미 오프라인에서 비슷한 방식의 영업을 해온 대형 백화점들을 조사한 터다. 아닌 게 아니라 출판 콘텐츠를 상대로 30%의 수수료를 거둬가는 것은 너무 심하다는 느낌을 준다. '싫으면 장사 안 하면 될 것 아니냐'는 고압적인 태도도 볼썽사납다.

수익구조의 광폭성을 알게 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상생의 이상적인 모델로 애플을 치켜세웠던 과거 발언을 취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애플은 이 경우에도 '예외없는 글로벌 기준'을 앞세워 버틸 공산이 크다.

기기 가격인하를 거부하고 공정위 조사까지 안 먹히면 범정부 차원의 강력 대응이 시작된다. 국세청과 검찰이 칼을 뽑는다. 특별 세무조사에 들어가고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탈세의혹들에 검찰의 계좌 추적이 이어진다. 이른바'애플리스트'도 나돈다. 국회는 청문회 준비를 서두르고 희대의 경영자 스티브 잡스의 탐욕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최고조에 이른다.

애플은 높은 수출 기여도를 내세워보지만 "전 세계에 하청공장을 운영하면서 국내 고용에는 뭘 기여했느냐"는 비아냥만 들을 뿐이다.

조일훈 IT모바일부장 jih@hankyung.com